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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호위병으로 변질한 사외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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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호위병으로 변질한 사외이사들

입력
2012.09.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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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그룹 상장계열사가 최근 1년간 선임한 사외이사 중 고위 공무원,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이 38%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10대 그룹 소속 93개 상장계열사 사외이사는 330명(중복 포함)이다. 새로 선임된 77명 가운데 교수가 31명(40.3%), 검찰 행정부 공무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법원 등 권력기관 출신이 29명(37.7%)이다.

문제는 사외이사들이 원래의 취지와 달리 기업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거수기나 로비스트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밝힌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가운데 대기업집단 소속 79개사의 지난해 이사회운영 결과, 상정 안건 2,020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고작 1건이었다. 또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났듯 청와대, 검찰, 법원, 국정원,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들은 월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의 보수를 챙기면서 대주주의 불법과 비리에 아무런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 독단경영과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도입됐으나 지금껏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채 표류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견제ㆍ감시하라는 취지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교수직 사외이사는 기고 등을 통해 해당 기업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거나, 이론적 뒷받침을 해주는 방패막이 역할만을 하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만 제대로 운영돼도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이 따로 필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다른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최고운영책임자, 은퇴한 고위 임원 등을 사외이사로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원래대로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등의 설립을 통해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인사를 선임하고, 중대한 불법행위 등을 묵과할 경우 그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기본적 원칙 등이 그것이다. 권력기관의 경우 퇴직 후 일정기간 유관기업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 등이 실효성을 갖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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