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발레단은 모스크바의 볼쇼이발레단과 더불어 발레 강국 러시아를 대표하는 양대 발레단이다. 이 발레단에서 동양인 남자로는 처음이자 유일한 정단원인 김기민(20)이 한국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김기민은 지난해 11월 수습단원으로 들어가 정단원이 되기도 전인 올해 1월 '해적', 2월 '돈키호테'의 주역으로 무대에 올라 러시아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마린스키발레단은 외국인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 180명 단원 중 러시아계가 아닌 이는 그를 포함해 3명뿐. 한국인 단원으로는 2010년 은퇴한 발레리나 유지연에 이어 두 번째다.
김기민은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속 8, 9회까지 할 수 있었던 공중 세 바퀴 회전은 이제는 10회까지 할 수 있다"며 "기교로는 저보다 뛰어난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일단 무대에 오르면 관객이 저를 좋아하게 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학원에서 발레를 시작한 그가 어린 시절부터 내내 꿈꾸던 곳. 2008년 예술중학교인 예원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 과정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들어갔다. 졸업도 하기 전에 마린스키에 들어가게 된 것을 그는 "좋은 스승을 만난 덕분"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에 갔다면 현대 발레를 많이 했을 테지만 제 꿈은 고전 발레에요. 현대 발레도 결국 고전발레의 변형 아닌가요?"
이번 여름 한국에 와 있는 동안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좋아하게 됐다는 그에게 새 목표가 생겼다. "새로운 버전의 '강남 스타일' 댄스를 직접 안무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없어서 생각뿐이지만."
25일 러시아로 돌아가는 그는 휴가 중에도 거의 매일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11월 마린스키발레단의 내한공연에서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 지크프리트 왕자로 나오는 그를 볼 수 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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