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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공의 적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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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공의 적 담배

입력
2012.09.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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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만큼 극단적 찬사와 비난이 엇갈린 기호품이 있을까. 신대륙의 담배가 유럽에서 확산되던 16세기 땐 영약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샌더 길먼 등 지음)엔 당시 유럽인들이 그 '거룩한 연기'가 만성질환과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는 대목이 있다. 담배 한 모금의 나른하고 격렬한 각성, 현실에서 한 걸음 비켜선 것 같은 게으른 여유, 기도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니코틴 흡착의 치명적 느낌 등도 끝없는 탐닉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 시가를 평생 손에서 놓지 않은 윈스턴 처칠은 전투기에 탑승하면서도 시가를 피려고 산소마스크에 구멍을 뚫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 장군은 명장이 아니다"고 했다. 결국 구강암으로 사망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이 즐거움을 결코 빼앗기고 싶지 않다. 작업능률이 증대된 것이나 나 자신을 최대한 통제할 수 있었던 것도 시가 덕분이었다"는 헌사를 바쳤다.

■ 담배에 취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엔'맵고 열이 있어 장담, 한독, 풍습을 몰아내며 살충 효과가 있다'는 효과가 명기됐을 정도였다. 조선 후기 문신 윤기(1741~1826)가 "10살만 되면 남녀 귀천을 가릴 것 없이 모두 담배를 피워댄다"고 했으니, 한 땐 흡연 연령제한도 없었다. 정조는 담배가 해롭다고 하자 "불기운으로 한담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힌 것이 사라졌고, 연기의 진기가 폐를 적셔 밤잠을 편히 이룰 수 있었다"며 옹호했다.

■ 연기 속에서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이 발견되면서 담배는 '공공의 적'이 된다. 60여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종의 유해화학물질이 분석되면서 세계적인 금연운동도 본격화했다. 국내 금연정책도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대로 일대가 금연구역이 된 데 이어, 담뱃갑 면적의 50%에 흡연의 해독을 알리는 경고그림을 붙이도록 법제화가 추진된다고 한다. 지지해야 마땅한 정책이지만, 왠지 '좋았던 옛날'이 멀어지는 것 같은 서운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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