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최종 대진표가 짜이지 않았다. 대선 100일 전까지도 불투명한 대결구도를 빚은 게 비단 이번만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난히 심하다.
이번과 가장 비슷했던 2002년만 해도 민주당 노무현ㆍ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기정사실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단일후보'의 대결 구도는 확정적이었다. 2007년 이맘때도 민주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의 단일화 여부가 관심을 끌긴 했지만, 대선 판도를 흔들 만한 핵심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될지, 또 그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단일화가 가능할지, 최종 단일 후보는 누가 될지 등이 한결같이 흐릿하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늦어진 것도 원인이지만, 그보다는 안 원장이 명확한 의사 표시를 미루어 온 때문이다. 즐기고 끝나는 스포츠 경기라면 팬들의 즐거움이 더할 터이지만, 대통령선거는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삶을 적잖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거꾸로 우려가 무성해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이번 대선 또한 정책선거보다는 인기투표로 끝날 가능성이다. 올해 4ㆍ11 총선, 아니 지난해 10ㆍ26 재보선 때부터 활발한 논의를 빚은 복지ㆍ경제 민주화 방안 등을 놓고 여느 때보다 풍성한 정책논쟁을 예고한 게 올 대선이다. 그러나 지금도 여론조사가 가상의 대진표를 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물어야 하는 마당에 유권자의 정책관심은 흐려지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막연하게 뭉뚱그려진 이념 성향과 후보 이미지 중심의 투표를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선거 막바지에 시끄럽게 대결구도가 짜일 경우 차분한 검증은 불가능한 대신, 인신 공격과 비방, 흑색선전 등 고질병만 창궐하기 쉽다. 최근 안 원장 측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의 '협박'을 공개한 뒤 민주당까지 공방전에 뛰어들어 벌써부터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우려의 근원이 '정치공학'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치공학은 민주화 이래 수시로 안정적인 양당제 기반을 허물어 왔다. 올 대선의 최대 변수라는 안 원장의 '의도된' 불명확성도 '3당 합당'과 'DJP 연합', '후보 단일화'를 거치며 정교해진 정치공학 기법과 무관하지 않다.
조직의 대소를 불문하고 지도자는 구성원이 믿고 따르도록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사람이다. 안 원장이 서둘러 출마 여부와 후보 단일화 구상 등을 밝혀 야 할 이유다. 언제까지 국민을 대선 대진표 짜기에 붙잡아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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