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메, 어째쓰까잉"을 연발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전라도 며느리 모마리(32)씨는 토종보다 더 토종같다. 구성진 트롯은 기본이고 출중한 춤 실력으로 동네를 휩쓸더니 떡두꺼비 같은 아들 셋까지 낳았다. KBS 1TV '인간극장'은 10~14일 오전 7시50분 억척 또순이 마리씨의 야무진 삶을 보여준다.
8년 전 순박한 시골총각 이민수(39)씨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린 시절 앓은 열병으로 들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민수씨. 환하게 미소 짓는 마리씨를 처음 본 순간, 무작정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의 진실한 마음이 전해졌을까. 인도네시아 처녀 마리아나는 함평댁이 됐고, 시어머니 모복순(70)씨의 성을 따 모마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시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애교 만점 마리씨이지만 밭일하는 남편 앞에서만큼은 유독 무서운 잔소리꾼으로 돌변한다. "앞으로 애들 키우고 자립하려면 남편도 일을 알아야 한다"는 며느리의 똑 부러진 선언에 시부모도 "우리 며느리가 징허게 야무요"라며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는다.
마리씨는 아이들의 언어 선생님이기도 하다. 둘째 동건(5)이에게는 한글을, 한글을 뗀 첫째 동현(7)이에게는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친다. 얼마 전부터는 또 하나의 언어, 수화를 배운다고 바빴다. 남편과 가족들간 대화의 창을 열기 위해서다. 마리씨의 노력으로 어설프게나마 수화로 대화를 나누게 된 가족들. '고맙고 사랑한다'는 남편의 진심에 마리씨는 눈물을 쏟는다. 오순도순 가족들의 손맛으로 버무린 열무김치처럼, 이 가족의 사랑은 맛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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