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사적 계약을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규정한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 허용할 수 없다.” 삼성카드와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가 맺은 수수료율 특약을 놓고 금융당국과 대형유통업자 간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9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12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과 대형가맹점이 맺은 계약 내용 전체를 파악하는 중이다. 이는 지난달 31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에서 “개정 법률안 시행 전이라도 입법취지에 반하는 부당한 가맹점 계약이 있는지 주시하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권 금감원장은 “이미 낮게 책정된 수수료율 계약 건에 관해서도 법 테두리에 벗어나지 않게끔 계약을 갱신하게 지도할 것”임을 강조했다. 올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여전법에 대형가맹점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업계는 사살상 이 발언이 코스트코와 삼성카드 등 일부 업체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트코는 삼성카드와의 2015년까지 0.7%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2010년에 맺었다. 코스트코에서 삼성카드로만 결제가 하도록 독점권을 제공한 대가지만,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이 2%대인 것을 감안하면 수수료율이 크게 낮은 편이다. 롯데빅마켓이 롯데카드와 내년 6월까지 1.5%대로 맺은 계약도 마찬가지다.
이들 계약은 여전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새로운 수수료율을 적용 받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법 적용 이후에도 일부 대형 가맹점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다면,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상향 조정해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감면하겠다는 법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사적인 계약이기 때문에 아무리 금융당국이라 하더라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법 발효 이전에 별도의 특약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한 것이어서 인상을 강제할 법적 수단을 찾기 힘들다”고 인정하면서도 “법 시행 취지에 맞게 계약 종료 이전이라도 수수료율을 다른 유통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도록 유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 간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사로부터 최저 0.7%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특혜를 누려온 반면 영세 가맹점들은 최고 4.5%의 수수료율을 적용 받아 중소 상인들의 불만이 컸다. 12월 새롭게 적용될 가맹점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월매출 5억원이 넘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평균 1.96%에서 2.02%로 조정된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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