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종인플루엔자를 비롯,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대유행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범부처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 전략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투자될 R&D 예산 계획은 전혀 포함되지 않아 허울뿐인 정책 발표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로 구성된 범부처 감염병연구개발추진위원회는 7일 제27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8대 중점분야를 선정, R&D 지원을 늘리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중점분야는 ▦신종인플루엔자 ▦결핵 ▦만성감염질환(에이즈, 간염 등)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 ▦생물테러 ▦인수공통감염병 ▦기후변화 관련 감염병 ▦원인불명감염병으로, 앞으로 5년 간 자원과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부처 간 융ㆍ복합 연구를 활성화하고 차세대 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이뤄진다.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마련한 것은 보건복지부만으로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고 감염병 확산은 국민 건강과 국가 경제를 위협,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판단에서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국내 확진 환자는 75만명(추정환자는 150만명)이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대유행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6% 감소한다는 예측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경제적 손실도 연간 8,2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R&D 투자의 핵심인 예산안은 이번 추진 전략에 아예 빠져 알맹이 없는 발표로 전락하고 말았다. 추진위 일각에서는 첫 해 R&D 투자 예산을 6050억원 규모로 책정하고 매년 20%씩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예산 확대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연간 7조6,000억원을 감염병 대응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성원근 감염병센터장은 "예산 관련 부분은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적극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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