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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형벌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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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형벌 포퓰리즘

입력
2012.09.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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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선 태형(笞刑)의 도구로 등나무로 만든 회초리가 쓰인다. 무술 고단자인 교도관이 길이 1.2㎙, 두께 3㎝ 정도의 회초리를 들고 몇 걸음 뒤에서 달려와 체중을 실어 힘껏 내리친다. 엉덩이가 갈라지고 피가 흐르며 고통은 뼛속까지 파고든다. 건강한 남성도 실신하는 일이 다반사다. 리콴유 전 총리는 태형이 야만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1명을 때려 100명을 구한다고 생각해보라.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맞섰다.

■ 제임스 프레스콧 미국 미시간주립대 법대 교수팀은 지난 10년간 미국 15개 주에서 성범죄자 정보공개 수위와 범죄율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성범죄자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이웃에 알리는 '적극적 신상공개'를 채택한 지역의 성범죄자 재범률이 오히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낙인찍기'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포자기한 전과자들이 성범죄를 다시 저지르기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 흉악범 대책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더니 급기야 '내시법'(물리적 거세)까지 나왔다. 사형제 존치와 집행 재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흉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논란이지만 처벌 효과는 미지수다. 1998년과 2002년 유엔은 두 차례에 걸친 사형의 범죄억제력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사형제도가 살인억제력을 갖는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며, 사형제를 폐지하더라도 사회에 급작스럽고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연일 성폭력 뉴스가 언론을 뒤덮는다. 세상이 온통 성폭력 범죄자로 들끓는 듯 보인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이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것은 아닐 터이다. 극단적인 사건에 집중하고 과장하는 언론의 선정성과 그로 인한 과도한 공포의 확산이 이런 현상을 만드는 한 원인이다. 무분별한 범죄자 얼굴 공개와 주변사람 인터뷰, 신상털기로 인한 폐해도 고민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나주 성폭행범 사진 오보 사태도 그 부작용의 결과다. 응징과 처벌에만 몰두하면 사회구조적 원인 분석 등 더 큰 문제를 방관하게 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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