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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은 어디로…"고택서 발견" "훔쳐간 것" 4년째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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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은 어디로…"고택서 발견" "훔쳐간 것" 4년째 다툼

입력
2012.09.0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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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모(49)씨가 4년 전 경북 상주에서 발견했다고 해서 '상주본'이란 별칭이 붙은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은 발견 직후부터 각종 송사에 휘말렸다. 지난 6월 민사소송 대법원 판결로 소유권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7일 배씨가 형사소송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소유권 다툼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 28년(1446년) 훈민정음 반포와 함께 출간된 한문 해설서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후 서울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판본(간송본)이 유일하다. 간송본은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상주본은 간송본과 동일한 판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가지보(無價之寶ㆍ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물)로 불리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싸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송사의 전말

상주본을 둘러싼 송사는 배씨가 2008년 7월 말 훈민정음을 "고택을 수리하다 발견했다"며 공개한 직후, 골동품상 조용훈(67)씨가 "배씨가 다른 고서 30만원어치를 구입하면서 내 가게 나무궤짝 위에 놓여 있던 훈민정음을 함께 가져간 것"이라고 고소하면서 비롯됐다. 조씨와 배씨의 고소와 맞고소로 시작된 형사사건의 1라운드는 이듬해 검찰이 배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일단락 됐다.

상주본 소유권 다툼 2라운드는 2010년 2월 조씨가 배씨를 상대로 물품(상주본) 인도 청구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싸움은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조씨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완전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배씨는 법원의 두 차례에 걸친 강제집행과 119까지 동원한 검찰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훈민정음을 내놓지 않았다. 문화재청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검찰은 지난해 9월 배씨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 2월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배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에서 뜻밖의 무죄 선고가 나온 것이다.

예상 밖의 무죄 판결

대법원에서도 배씨가 상주본을 조씨로부터 훔쳤다고 판결한 사건이 어떻게 무죄가 났을까.

형사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배씨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던 관련자들의 진술과, 민사 판결의 근거가 됐던 증인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도굴꾼 서모(51)씨가 1999년 경북 안동시 광흥사의 나한상 뱃속에서 다른 유물과 함께 상주본을 훔쳤고, 그 가치를 모른 채 이듬해 조씨에게 팔았는데 배씨가 2008년 7월26일 오후 조씨 가게에서 몰래 들고 나왔다고 보았다. 형사 1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해 배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상주본의 출처에 대한 조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서씨가 9년 전에 그 가치를 모르고 다른 유물과 함께 떨이로 팔았다는 책의 제목과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주본을) 집에 보관하던 중 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비에 젖은 적이 있다"는 조씨의 진술과 달리, 전문가로서는 상주본을 가장 먼저 살펴본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원 임모씨가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한 진술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밖에도 민사소송이나 1심 재판에서 상주본을 조씨 소유라고 판단하도록 한 증인들의 진술이 대부분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소유권 어떻게 되나

민ㆍ형사재판에서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옴에 따라 상주분은 소유권 다툼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형사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일단 법적 소유권은 조씨에게 있고, 조씨가 지난 5월 문화재청에 전달한 기증서의 효력은 유효하다. 또 법대로 하면 배씨는 숨겨둔 상주본을 즉각 반환해야 한다.

배씨가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민사소송 증인들이 위증죄로 확정 판결이 나야 재심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다시 지난한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재판에서 배씨는 훈민정음 기증(반환) 의사를 밝혔지만, 소유권 문제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선뜻 이행할지는 불확실하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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