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TV의 24시간 방송을 허용했다. 국가적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시작된 방송시간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종일방송 허용이라고는 하지만 그 동안 단계적 확대로 하루 19시간(오전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 방송을 하고 있어 마지막 남아있던 심야 시간대(5시간)를 풀어준 것이다.
지상파 TV의 종일방송 허용은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지상파라고 굳이 방송시간을 통제할 이유가 없어졌다. 케이블TV가 종일방송을 하고 있는 마당에 에너지 절약이란 명분도 의미가 없다. 방송편성의 다양화와 자율성, 시청자의 선택권 확대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유료방송에 접근이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에게도 심야방송의 접근권을 보장해 준다는 명분도 있다. 종일방송 체제가 되면 올림픽처럼 외국에서 열리는 큰 경기를 시차 때문에 지상파TV를 통해 심야에 생중계로 볼 수 없는 불편도 사라진다.
물론 방송시간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70%를 차지하는 지상파TV의 방송광고시장 독과점 문제가 가장 크다. 종일방송으로 광고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고, 다른 매체와의 수입 불균형이 결국은 언론시장 전체를 황폐화할 위험이 있다. 케이블TV 업계가 시기상조라며 줄기차게 반대해온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늘어난 시간에 들어갈 프로그램이다. 말로는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 시사보도, 예술ㆍ교양물로 채우겠다고 하지만 7년 전 허용된 낮 방송을 보면 뻔하다. 새로운 제작물보다는 상업적, 선정적 프로그램의 재탕, 삼탕과 해외 싸구려 영화나 스포츠물로 적당히 시청률도 올리고 시간도 때우려 할 것이다. 방통위도'재방송은 40% 이하, 19세 시청금지 프로그램은 20% 이내로 편성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만으로 지킬 방송사가 아니다. 종일방송의 진정한 목적이 시청자 선택권 보장과 편성의 다양화,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에 있다면 이를 의무화 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영화 의무상영 등을 통해 국내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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