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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하바라따 1~5권' 인도문명의 '우주적 도서관'… 세상 모든 이야기가 다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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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하바라따 1~5권' 인도문명의 '우주적 도서관'… 세상 모든 이야기가 다 여기에

입력
2012.09.0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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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바라따 1~5권/위야사 지음ㆍ박경숙 옮김/

새물결 발행ㆍ각권 308~632쪽ㆍ2만 2,000~2만 7000원

인도의 고전 '마하바라타'는 영웅 서사시 라마야나와 더불어 인도의 정신문화를 지탱하는 두 기둥을 이룬다.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이기도 하다. 산스크리트어로 쓴 약 10만개의 시로 돼 있다. 고대 그리스 장편 서사시인 일리어드와 오디세이아를 합친 것의 8배 분량이다. 기원전 8,9세기까지 올라가는 이 오래된 유산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로 통한다. 인도인의 정신과 신앙, 지식과 지혜, 신화와 전설과 역사, 사랑과 죽음, 윤리와 형이상학, 우주관이 모두 들어있는 위대한 유산이다. 인도인들은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타에 있으니,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도 없다"고 말한다.

마하바라타를 산스크리트어 원전에서 바로 옮긴 한글판 <마하바라따> 가 처음으로 나왔다. 요약본이 아니고 완역이다. 총 20권으로 예정된 분량 중 1차분 5권이 출간됐다. 마하바라타의 기존 국내 번역본은 2종이 있으나, 산스크리트 원전에서 옮긴 게 아니고 요약본이다. 산스크리트학의 중심인 인도 뿌네대학에서 17년간 공부하며 산스크리트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경숙(49)씨가 번역했다. 나머지 15권도 박씨가 번역한다.

마하바라타는 '위대한 바라타'라는 뜻이고, '바라타'는 인도인들이 조상으로 여기는 고대 인도의 왕족 이름이다. 마하바라타의 줄거리 뼈대는 전설의 고대 왕국에서 다섯 왕자와 100명의 사촌들 간에 벌어진 왕권 다툼과 그로 인한 18일간의 전쟁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전체 분량의 5분의 1밖에 안 되고 전설, 로맨스, 종교, 철학, 도덕, 법과 사회 제도, 의학, 천문학 등 무수한 삽화가 들어가 우주적 규모의 신비한 이야기를 이룬다.

마하바라타는 자나메자야라는 왕에게 3년간 매일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돼 있다. 여기서 중심 화자로 등장하는 수행자 와이야샴빠야나는 왕에게 마하바라타를 이렇게 소개한다. "가늠할 수 없이 지혜로운 위야사('편집자'라는 뜻. 구전으로 내려오던 마하바라타를 최종 편집했다는 전설적 인물을 가리킨다)가 지은 이 이야기는 세상사에 관한 학문이요, 성스러운 최상의 다르마(진리)에 관한 학문이며, 해탈에 관한 학문이랍니다."

엄청난 분량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가 부담스러운 고전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와 상상력의 보고이기도 하다. 수많은 신과 인간, 반신, 성자, 아수라가 출연하는 이 거대한 서사시에는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대홍수 이야기, 중국 고전 '삼국지'의 세 주인공과 꼭 닮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신화도 있다. 일본 만화영화 '포케몬'에 나오는 여러 캐릭터의 특징과 이름은 마하바라타에서 왔다. 세계문화유산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주신전에 있는 수많은 조각상에도 마하바라타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3D영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론은 "나의 오랜 꿈은 마하바라타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바타'에 나오는 생명의 정령이 깃든 나무 등 몇몇 모티브는 마하바라타에서 가져온 것이다.

마하바라타의 매력 중 특히 인상적인 것은 터무니없을 만큼 거대한 스케일과 상상력이다. 불로불사주를 차지하려고 신들과 아수라들이 세계의 중심인 산을 막대 삼아 우주의 바다를 휘젓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양 진영은 금으로 된 산에 큰 뱀을 밧줄처럼 감아서 뱀의 양 끝을 잡고 힘겨루기를 한다. 산을 뽑아 바다를 휘젓다니, 이만큼 장대한 스펙터클이 또 있을까 싶다. 대결에서는 아수라들이 이겼다. 그러나 신들이 속임수를 써서 불로불사주를 차지한다.

번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인도 신화에서 아수라는 악마가 아니라, 신들에 대항하는 초월적 존재다. 교활하고 비열한 신도 많은 반면, 신들보다 훨씬 착하고 정직한 아수라도 많다. 이처럼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는 것이 인도 신화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추함과 바름, 행복과 불행도 딱 갈라지지 않는다. 세상 만물을 신성이 깃든 존재로 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도인의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다.

마하바라타를 처음 읽는 독자들을 위해 부록으로 붙인 글에서 번역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마하바라타는 아마존강처럼 수많은 지류와 본류, 샛강을 거느리고 인도 문명을 감싸 안으면서 우주의 신비와 그곳에서 펼쳐진 인간사의 온갖 굽잇길을 도도히 흘러나가는 대하장강이다… 마하바라타야말로 남미 작가 보르헤스가 꿈꿨던 '우주적 도서관'이 아닐까."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번역자 박경숙씨 "등장인물 이름만 2000개…번역 마치려면 10년 더 걸릴 것"

마하바라타의 산스트리트어 원전 완역은 개인이 혼자 하기 힘든 일이다. 한국에는 산스크리트어 전공자가 별로 없다. 언어 장벽을 넘는다 해도 마하바라타의 엄청난 분량과 복잡한 이야기 구조가 걸림돌이다. 하도 복잡하고 곁가지가 많아서 갈피를 잡기 힘든 것이, 거의 미로나 마찬가지다. 엉킨 실타래 같고,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 같기도 한데, 그 안에 역사ㆍ철학ㆍ문학ㆍ과학이 촘촘히 깔려 있다. 신과 인간 등 등장인물 이름만도 2,000개가 넘는다.

박경숙씨가 마하바라타 번역에 착수한 것은 인도 뿌네대학 유학 8년째이던 1998년이다. 그는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이 학교에서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를 전공하고 돌아왔다.

"이제 겨우 4분의 1을 낸 거에요. 앞으로 15권 더 내야 해요. 초역은 마쳤는데, 다듬는데 더 시간이 걸려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 같네요."

98년에 시작한 작업이 빨라야 2022년에나 끝날 것 같다니, 필생의 과업인 셈이다.

"마하바라타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이름이 등장해요. 한 사람의 별칭이 20개가 넘기도 하고, 비슈누 같은 신의 별칭은 108개가 넘어요. 그걸 다 쓰면 헷갈릴 테니 인물마다 2~4개의 별칭만 남기고 풀어 썼어요. 예를 들어서 아르주나의 별칭 중 하나인 '사바샤찐'('왼손을 쓰는 사람'이라는 뜻)은 '왼손 쓰는 아르주나' 식으로요."

박씨의 설명에 따르면 마하바라타의 산스크리트어 원전 완역은 인도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인도는 1890년대와 1910년대에 각각 현대 인도어로 옮긴 게 나왔다. 미국에서는 뉴욕대가 10년 이상 여러 명이 매달린 끝에 2년 전 완역본을 냈고, 시카고대는 40년 동안 작업 중이다. 시카고대의 것은 뷰테넌이라는 산스크리트어 학자가 혼자서 30년간 하다가 다 끝내지 못하고 사망하자, 다른 학자들이 나눠 맡아서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현재 지리산 자락에서 농사 짓고 공부하며 산다. 배추, 고추 등을 키우는데, 시장에 내다팔 정도는 아니고 이웃끼리 나눠먹을 만큼은 된다고 한다. 현재 마하바라타 용어해설을 쓰는 중이고, 영국에서 나온 팔리어 사전을 번역 중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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