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빚어진다는 것은 상담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조사한 성폭력 상담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접수된 전체 2,949건의 성폭력 상담 가운데 주변 지인으로부터 발생한 범죄가 2,297건으로 무려 80%에 육박했다. 모르는 사람에 의한 피해(652건ㆍ13.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성폭력이 특수한 가해자의 일탈적 양상에서 일어난다기보다는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일상적 폭력이라는 방증이다.
더욱이 성폭력이 일회적 형태가 아니라 다발적이라는 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초기에 상담 또는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성폭력이 1회에 그치지 않고 2회 이상 재발하는 경우가 무려 1,177건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2차례 이상 성폭력을 한 가해자(전체 1,078명)는 데이트관계 배우자(241), 직장 동료(228), 친인척(136), 친ㆍ의부(100), 교사(64), 이웃(56), 선후배(4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상담 건수 가운데 13세 미만은 357건, 13~19세는 498건이다. 아동ㆍ청소년이 성폭력으로 상담을 받은 사례가 무려 855건으로 전체의 37%에 달한다. 경찰의 성범죄 통계보다 잠재된 아동ㆍ청소년 피해사례가 더 많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한 아동상담센터 관계자는 "다발적인 성폭력 피해를 받은 아동ㆍ청소년들의 경우 가까운 친지가 범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큰 용기를 내지 않고는 신고나 상담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대다수의 성폭행이 아는 사이 혹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다 보니 피해자 입장에서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범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범죄뿐 아니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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