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6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정 공보위원은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이나 불출마 종용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에 대해 협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으로써 대선 구도가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안 원장 측은 불법사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서 이번 파문은 103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 변호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4일 오전 7시57분쯤 정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다”며 “(정 위원은)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금 변호사는 협박 내용과 관련해 “안 원장이 안랩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 강모 투자팀장에게 주식 뇌물을 제공했고,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고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협박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4일 아침 (안 원장에게 전했더니) ‘정말인가요’라고 하고는 말씀이 없었다”면서 “오늘 오전 안 원장에게 기자회견 계획을 말했다”고 밝혔다.
금 변호사는 이어 “(정 위원이)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며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 위원은 협박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 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금 변호사와는 서울대 법대 동기로 절친한 사이인데 친구를 잃었다”며 “당시 출근길 자동차 안에서 불현듯 생각나 전화해서 시중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했을 뿐인데 정치사찰을 한 것처럼 과대 포장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을 과장하고, 있지 않은 부분까지 얘기하는 것이 과연 안 원장이 바라는 정치인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은 기자회견 직후 “물의를 빚은 데 책임을 지겠다”며 공보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광주비엔날레 행사에 참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저도 보도를 보고 알았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는데 이러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정 위원은)그런 협박을 하거나 압력을 넣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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