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시를 낭송하며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난 8년 동안 한해도 빠지지 않고 한국 민족시인들의 시가 이맘때쯤 울러 퍼졌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10월 13일 ‘제9회 민족시인 문학의 밤’이 열린다.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한용운 등 민족시인 4인의 시와 함께 학자, 평론가, 문인들의 ‘문학강연’, 시 낭송 및 암송 대회가 마련된다.
이 행사가 오랜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주최자이기도한 이성호(71) 문학선양회 이사장의 공이 크다.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로스앤젤레스 근교 리조트에서 매년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 관련 비용 대부분을 사재를 털어 충당하고 있다. 이씨는 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다행히도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행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1973년 미국으로 이주해 40여 년간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이민 세월이 외로웠을 법도 하지만, 시가 위안을 줬다고 했다. 이씨는 1990년대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 등 10여권의 시집과 수필집을 출간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두 가지 이유로 시작했어요. 시인으로서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교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민족시인들의 시를 통해 그 속에 숨은 뜻과 나라에 대한 사랑을 고취시켜 주고 싶었던 거죠.”
이씨가 처음 행사를 시작했을 때는 30여명의 문인들만 참여한 소규모 모임이었다. 그러나 참여를 원하는 교민들이 늘면서 작년엔 25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8년 만에 참석자가 8배 이상 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엔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가 참석해 아버지의 시를 낭송했다”며 “많은 교민들이 눈시울을 적실 정도로 감동적인 자리였다”고 전했다. 올해 행사에는 주평 아동문학가와 김홍진 문학평론가가 초청돼 문학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씨는 “올해 행사는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요새 한국에서 일본과의 독도, 위안부 문제로 시끄러운 것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어요. 한편으론 한국 젊은이들에게 우리 선조들이 밟아온 자취와 문화를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잊혀졌던 민족시인들의 시를 더 많은 해외동포들에게 전할 겁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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