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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심정으로 판결…" 눈물 흘린 재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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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심정으로 판결…" 눈물 흘린 재판장

입력
2012.09.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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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적 압박과 학대에 몇 년간 시달린 고3 수험생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비극적 사건을 두고, 감정에 앞서 죄의 유무를 가려야 하는 재판장도 결국 고뇌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갈색 수의에 수갑을 차고 법정에 선 A(19)군은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군 채 기도문을 중얼거렸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조경란)는 6일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방치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기소된 A군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군은 범행 전날에도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9시간 동안 골프채로 200여대를 맞는 등 2008년부터 계속적, 반복적으로 가혹한 체벌을 받아왔다는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부당하고 가혹한 체벌을 회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한 가치인 어머니의 생명을 앗아가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 측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 검찰 측 항소에 대해서도 "A군은 범행 당시 3일 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사도 못한 채 심한 체벌을 받아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은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3월 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이 놓인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8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차분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던 조경란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울먹였다. 평정심을 찾으려는 듯 중간중간 미간에 손을 대고 말을 멈추기도 했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스스로 인정하듯 자신의 존재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중죄"라면서도 "피고인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피고인 부자의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어 "비록 피고인을 아버지 품으로 바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어미의 심정으로 피고인 부자가 의지하는 하나님께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조 부장판사의 판결을 듣고 있던 재판참여관과 몇몇 방청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A군의 아버지는 재판 후 "재판부가 아이에 대해 사랑을 가지고 판결을 내려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들의 옥중 생활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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