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에서 합의 통과시킨 '내곡동 사저 특별검사법'안이 어제 청와대에 전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이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추천토록 한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했던 민주당이 수사검사까지 사실상 임명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검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대법원장이나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추천권을 행사했던 전례도 들었다. 특검법안 발의는 국회가, 특검 추천은 법조계가, 임명은 행정부(대통령)가 행사해 삼권분립을 지켜왔다고 주장한다.
겉으론 그럴 듯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번 특검이 수사할 핵심 대상은 대통령 본인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이다. 사저부지 매입 과정에서 배임이 있었는지, 명의신탁을 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마당에 '피의자'인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할 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 없다.
그 동안 검찰 수사과정에서 시형씨를 서면으로 조사하는 등 의혹해소는커녕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이 높았음을 인식한다면 거부권 행사는 국민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여야가 국회 개원합의에 따라 이뤄진 법안인 만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본회의 재의결로 통과될게 뻔하다. 오히려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박근혜 후보와의 관계도 틀어지는 등 정치적 부담만 지게 될 뿐이다.
민주당으로서도 처음으로 특검 추천권을 행사하게 된 만큼 정치적 논란이 일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공언한 대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를 추천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더 이상의 시비를 잠재울 수 있다. 이번 특검은 현직 대통령도 임기 중 심각한 비리 의혹이 있으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세우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역사적 의미에 걸맞게 신중하게 처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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