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뉴멕시코주에는 세계 최초의 민간우주기지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가 들어섰다. 영국의 버진 갤럭틱그룹이 '우주 여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은 이 기지는 사막 한 가운데 터미널 빌딩과 격납고, 그리고 우주왕복선이 뜨고 내리는 3.2㎞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이 기지를 설계하고 건축한 사람은 한국인 백준범(40)씨이다. 영국왕립건축사이기도 한 그는 지난 2007년부터 5년 동안 이 공사에 매달려 왔다. 버진 갤럭틱 그룹은 백씨에게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사막의 모래 바람 등 자연환경에 잘 견딜 수 있는 건축물을 지어달라는 아주 까다로운 요구를 했는데, 완공 후 백 씨의 설계에 매우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이 우주기지에선 현재 시범비행이 이뤄지고 있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그가 맡은 작업은 독일자동차 BMW 뉴7시리즈의 고객 라운지(모빌리티 라운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미국 영국 중동 등 해외에서 활동하던 그가, 더구나 수억달러짜리 우주기지를 짓던 그가 왜 수입자동차 회사의 고객라운지 같은 소규모 상업적 설계를 맡게 되었을까.
백씨는 6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우주기지이든, 고객 라운지든, 또 다른 무엇이든 새로운 건축물을 만든다는 점에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씨가 설계한 BMW 고객라운지는 우주기지나 우주선을 연상케 했다.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천정의 LED 조명과, 크리스탈 결정체를 상징하는 오각형의 벽체 구조는 우주선에 앉아 있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백씨는 "BMW 뉴7시리즈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오각형 셀 모양의 공간을 만들게 됐는데, 크리스탈 결정체를 상징하는 벽체와 천장 LED 라이트 모듈은 이곳에 전시된 뉴7시리즈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앞으로도 한국과 영국, 미국을 오가며 대형 건축물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산업과 콜래보레이션(협업)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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