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처럼 통제된 경험만으로는 결코 과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영국에서는 ‘아서왕 이야기’ 등 전설을 관련시킨 산과 언덕 등을 자연 유산으로 만들었습니다. 특이하지 않은 산과 강도 이처럼 신기하고 재미있는 전설과 연관시키면 중요한 문화유산이 됩니다.”
4~6일 서울에서 열린 제3회 문화소통포럼(CCF)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저스틴 알버트(47)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이사장은 6일 이렇게 말했다. CCF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14개국 문화ㆍ예술 인사들이 모여 한국 문화를 알리고 다른 나라 문화도 배우는 쌍방향 문화 소통 모임. 일종의 문화계 ‘다보스 포럼’인 셈이다.
알버트 이사장은 중국 양쯔강 삼협댐 건설로 수몰되는 지역을 7차례나 찾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등 지난 20여년간 42개국을 돌아다니면서 자연유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디스커버리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BBC, NHK 등에 공급한 유명 제작자이기도 하다.
문화유산 보존단체의 원조 격인 ‘내셔널 트러스트’에 대해 그는 “1895년 여성 사회운동가 옥타비아 힐 등이 산업혁명 당시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파괴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했다”며 “현재 회원이 410만명에 이르고 직원은 600여명이며, 영국 토지의 1.5%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그림동화 ‘피터 래빗’ 시리즈의 배경인 니어소리 마을과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의 원작자 T E 로렌스가 소유했던 클라우즈 힐 목장 등의 보존도 이 단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성과로 내셔널 트러스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이어 영국인들이 존경하는 대상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등 20개국에서도 이 단체가 만들어졌다.
알버트 이사장은 “우리 단체 모토가 ‘모든 사람을 위해 영구히 보존하라’이지만 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만 보존하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문화유산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칠해 재미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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