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25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올해 들어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회의다. 최고인민회의가 한 해에 두 번 열린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 권력자로 등장한 1998년 이후 2003년, 2010년 두 번뿐일 정도로 드물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주권기관으로 주요 정책과 입법, 인사, 조직 개편 등을 다룬다.
북한은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해 3대 세습체제 구축을 마무리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김 1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 관련 주요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1위원장은 4월15일 첫 대중연설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이래 개혁개방에 큰 관심을 보여왔고, 북한은 '6·28 새경제관리체계'를 통해 농민이 생산물의 30%를 소유하는 등 시장경제 요소를 시범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외자도입이 여의치 않아 본격적으로 경제개혁에 나서기에는 여건이 미흡한 상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새로운 입법이나 제도 정비를 통해 개혁개방으로 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면 외자유치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중국에 다녀온 것을 계기로 황금평·나선 등 경제특구 개발을 가속화하는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장용석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집단적 협의 형식인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주요 경제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한다면 북한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각과 국방위원회 등 국가기구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1위원장은 지난 7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한 이후 경제개혁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군부에서 내각으로 권력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듬해 9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박봉주 내각 총리 등 경제 전문가를 대거 등용한 바 있다. 따라서 후속인사를 통한 세대교체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의사결정은 주민들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최고인민회의 등 국가기관의 정상화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이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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