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일자리와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 일자리가 해결 되면 경제민주화 논란도 자연히 해결 될 것이다."
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30대 그룹 사장단 앞에서 "경제민주화로 기업의 다양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입장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한 말이다. 각 그룹의 투자ㆍ고용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날 자리에서 홍 장관은 필요하다면 기업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전담반 구성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에는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측면도 있고, 포퓰리즘적인 발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으로선 경제민주화로 포장된 '재벌때리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논의를 무조건 정치적 계산이나 재벌공세로만 보는 건 잘못된 시각이다. 적은 지분으로 전체 그룹 운영을 좌우하는 오너 리스크, 각종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변칙적으로 부를 대물림해온 관행, 재벌 총수에게 유독 관대했던 사법처리, 같은 일을 하고도 동등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문제, 골목상권까지 침해한 대기업의 횡포…. 이런 것들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 병폐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설령 이번 대선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정리하고 가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경제민주화 논쟁도 우리 경제가 한번쯤은 겪어야 할 시대적 토론임을 부인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경제민주화를 일자리 문제로 일축해버리는 홍 장관의 시각은 지극히 부적절하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나라는 사실상 완전고용이나 다름없었는데, 그렇다면 그 시절 경제구조는 과연 정상이었단 말인지. 일자리가 만들어져도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양극화의 갭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경제민주화 요구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홍 장관의 얘기는 '일자리가 부족하니까 시끌시끌한 거다. 일자리만 주면 모두가 조용해질 것'이란 식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모욕스러움마저 느끼게 하는 발언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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