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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 견학 '드림팀' 정승락씨 LA 탐방/ "중증장애인, 직업 갖고 자립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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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 견학 '드림팀' 정승락씨 LA 탐방/ "중증장애인, 직업 갖고 자립 놀라워"

입력
2012.09.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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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있는 신디 소토(55)씨의 방은 거울로 가득하다. 소토씨는 목 윗부분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중증장애인. 거울은 침대에 누워서도 TV를 통해 바깥 소식을 듣고, 집안 구석구석도 볼 수 있게 해주는 창이다. 하지만 소토씨는 집안에만 머물지 않고 매일 자신만의 창을 만들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에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CALIF로 출근한다.

"미국에서도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1970년대 처음 자립생활에 도전했어요. 처음 석 달 동안은 팝콘만 먹으며 버텼습니다. 그렇게 세상과 맞서 싸우면서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지게 만들고 있는 거죠."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의 지원을 받아 6대륙의 장애인복지시설을 방문하는 장애인 드림팀의 일원으로 지난달 26일 LA를 찾은 정승락(29)씨는 "소토씨의 생활은 부러움보다는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20년 넘게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갇혀 살다시피 했던 정씨에게 소토씨와 같은 중증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자립생활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툭하면 매질과 폭언을 해대서 자살까지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성인이 된 뒤 자립을 하겠다고 했는데 '너 같은 병신이 뭘 할 수 있냐'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장애인 숫자가 줄면 정부 지원금도 깎이기 때문에 주저앉히려 한 것이죠."

장애인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1972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최초의 자립생활센터가 만들어질 정도로 자립에 초점을 맞춘 장애인 정책을 펼쳐왔다. 73년 '재활법', 78년 '자립생활을 위한 종합시책' 등이 근간인데, 광범위한 활동보조서비스 제공과 주거지원이 핵심이다. 또 장애인이 특별한 도움 없이도 도시 어디든 접근 가능할 수 있는 '접근성 확보'가 기본으로 여겨진다. 정씨는 "모든 버스에 휠체어 리프트가 달려있고, 일반 가정집에도 경사로가 설치 돼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감탄했다.

일자리는 장애인 자립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72년 LA 중심지에 만들어진 '아시안 발달장애 센터(ARS)'는 장애인 일자리 제공에 큰 성과를 낸 곳. 뇌성마비, 자폐, 다운증후군 등의 장애를 가진 100여명이 목욕용품 등의 가공 포장 일을 하고 있다. 스테판 윤(49) ARS 이사는 "지적장애인들을 정상인의 잣대를 들이대 훈육하려고만 하면 폭력성이나 이상행동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스스로 작업 내용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경증장애인이 자기 수당을 포기하면서까지 중증장애인을 도울 정도로 사회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전체 인구의 10% 정도를 장애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애 없이 태어났으나 사고로 인해 장애를 얻게 된 경우다. 23년 전 교통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된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박모세(62) 샬롬선교회 목사는 "사고 이후 한동안은 집밖으로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장애 문제의 남의 일로만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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