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을 철거하고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대를 조성하는‘세운재정비촉진 지구’사업이 6년째 표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직하던 2006년 10월 세운상가 일대 43만8,585㎡ 부지를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했다. 세운상가 및 주변 상가 8개 동을 철거하고 폭 90m, 길이 1㎞의 대규모 녹지대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는 2009년 5월 986억 원을 들여 세운전자상가 앞의 현대상가를 헐고 940㎡ 규모의 도시농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2010년 5월 문화재청 심의에서 세운4지구의 재개발 층수가 당초 36층에서 16층으로 대폭 줄어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대규모 비용이 발생하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면서 사업은 사실상 중단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는 올해 초부터 4명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태스크포스 팀을 가동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9개월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층수 조정이란 악재가 겹쳐 사업 전체가 흔들리게 됐다”며 “근대 유산인 세운상가를 헐지 않고 존속 시키는 방안부터 구역 해제를 통한 분리 개발 방식까지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세운재정비촉진 지구’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주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에 따라 2007년 현대상가에서 서울시가 대체 부지로 제공한 인의동 옛 전매청 자리인 ‘세운스퀘어’로 가게를 옮긴 정모씨는 지난해 가게를 폐업했다. 정씨는 “서울시의 대책만 믿고 가게를 옮겼지만 유동인구는 전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고 임대료도 비싸 가게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며 “서울시의 무책임한 개발계획 때문에 우리 같은 상인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세운상가 재개발추진위원회 송달석(73) 위원장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도심재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한 서울시 때문에 세입자와 건물주의 피해가 크다”며 “ 서울시가 조만간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재개발 구역 해제 추진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세운상가 건물주 등 주민 수 십 명은 지난 4일 서소문 청사 앞에서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또 서울시의회 김형석 의원도 지난 달 29일 열린 제240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서울시의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지금까지 투입된 1,000억원대의 세금이 회수 될 지 의문”이라며 “주민의 의견을 물어 새로운 정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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