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나의 가장 중요한 자리는 '맘 인 치프(엄마 대장)'입니다. 나의 두 딸,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아들과 딸에게 더 나은 세상을 안겨주려면 우리 모두가 믿는 '이 남자'가 이 위대한 나라를 계속 이끌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4일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주목을 받았다. 소매 없는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미셸을 향해 청중들은 "4년 더"를 외치며 환호했다. 계속되는 박수에 미셸이 "이제 시작합시다"고 당부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미셸은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자신과 남편이 낡은 차를 몰고 학생융자금을 걱정하던 보통사람임을 역설했다. 오바마의 소중한 재산이 남이 버린 커피 테이블이고 단 하나뿐인 정장 구두는 너무 작다며 서민적 풍모를 강조했다. 새벽에 작업복 단추를 채우며 출근하던 가난한 노동자인 아버지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려 했다. 뉴욕타임스는 미셸과 오바마가 백악관에 살고 있고 아이비리그 출신인 것을 잊게 만든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미셸은 "남편은 스스로 성취했기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을 안다"며 "그에게 성공은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다"라며 부자인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겨냥했다. 하지만 롬니와 그의 부인 앤 롬니 그리고 공화당은 한번도 언급하지 않아 정치적 대립은 피했다. 그러면서도 오바마를 '동지'로 표현하는 당찬 여전사의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두 딸과 함께 연설을 지켜봤다.
'리틀 오바마' 훌리안 카스트로 샌안토니오 시장은 미셸에 앞선 기조연설에서 "롬니는 언제나 '노(no)'라고 말한다"며 저격수 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의 '떠오르는 별'인 카스트로는 "롬니의 대기업 위주 경제이론은 실패했다"며 "롬니가 아닌 중산층이, 우리 가족이 실패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멕시코 이민자인 억척 어머니가 이룬 아메리칸 드림을 말하며 미국의 전진을 위한 오바마 지지를 호소했다.
차기 주자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는 '오바마는 전진, 롬니는 후진' 연호를 이끌어냈으며 오바마의 오른팔로 불리는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모든 변화는 어렵고 힘들다"면서 "미국은 4년 더 오바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역설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중산층을 향해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으나 앞서 "롬니가 당선돼도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 때문에 호응이 크지 않았다. 한편 행사 마지막 날인 6일 밤(현지시간) 야외 경기장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열릴 예정이던 오바마의 연설은 이날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로 인해 현재 전대가 진행 중인 타임워너케이블 아레나로 변경됐다.
노스캐롤라이나)=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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