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의 시대는 사실상 저물었다. 상대가 지칠 때까지 체력전으로 이끄는 나달의 경기 스타일로 비춰볼 때 무릎부상은 완전히 회복하기 힘들고 테니스 선수에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나달의 무릎이 약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009년에도 무릎부상을 이유로 윔블던을 불참했지만 이듬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US오픈 등 4대 메이저 대회 중 3개를 쓸어 담았다."
남자 프로테니스 최고의 파이터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ㆍ랭킹3위)의 잇단 대회 불참 선언에 대해 테니스계에서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2001년 프로데뷔 이후 나달의 장기간 '개점휴업'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1위)와 수년간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양분한 나달은 지금 당장 은퇴를 선언해도 전설로 남을 만큼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24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과 11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이 이를 웅변해준다. 하지만 나달은 지난 6월 윔블던테니스 2회전에서 당시 랭킹 100위 루카스 로솔(27ㆍ체코ㆍ91위)에 2-3으로 패해, 탈락한 이후 2개월 동안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고질적인 왼 무릎 인대가 파열됐기 때문이다. 나달은 이 기간 동안 런던올림픽 불참을 비롯해 ATP투어 1000시리즈 캐나다, 신시내티 오픈에 이어 US오픈 마저 기권해 부상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정했다.
나달은 4일(한국시간) "수년간 무릎에 많은 문제가 있었고 지금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몸을 회복하고 나서 다시 코트로 돌아오겠다"고 밝혔으나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나달이 최소 2개월 동안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14일 개막하는 국가간 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도 출전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데이비스컵에서 스페인은 현재 미국과 준결승전을 남겨두고 있는데 나달이 전력의 핵심이다.
코치이자 삼촌인 토니 나달(51)은 "불행 중 다행으로 나달이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나달은 100%의 상태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달의 왼 무릎 슬개골 인대가 찢어져 아래쪽으로 내려앉아 주위에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며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릎 부상이 야생마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지만 나달의 열정만큼은 꺾지 못했다. 나달은 "나의 열정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집중되어 있다"며 4년 후 올림픽 금메달에 재도전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나달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주치의를 만나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수술을 하지 않아 다행이다. 빨리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나달은 그러나 병상에서도 골프채는 놓지 않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나달은 실제 지난주 한 아마추어 골프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달은 "축구와 골프 중에 고른다면 축구를 선택할 것"이라며 축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나달의 코트 복귀시점을 11월5일 런던에서 열리는 바클레이 ATP월드투어 파이널대회를 꼽는다. 나달은 이번 US오픈 불참으로 2010년 3월22일 이후 2년 6개월만에 랭킹이 4위로 내려앉게 되지만 바클레이 파이널 대회는 8위까지 참가자격을 준다.
한편 런던올림픽 단식 챔피언 앤디 머레이(25ㆍ영국ㆍ4위)는 지난 2일 US오픈 3회전에 오른 직후 "나달이 더욱 강한 모습으로 코트에 복귀하리란 것을 확신한다"고 데일리 메일에 말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을 선언한 나달이 내년 시즌 다시 한번 2010년 '메이저 3관왕 모드'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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