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 대부분은 성도착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격리로는 부족하며 질환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2010년 8월~2011년 5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의뢰를 받아 성폭력 가해자 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리평가, 면접 등을 실시한 결과, 2명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에게서 모두 1,2 가지씩의 정신과 질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성폭력 피해자나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의 심리상태 등을 분석한 연구는 많았지만, 가해자 집단을 정신과 전문의들이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내용은 지난 5월 에 실렸다.
성폭력범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환은 관음증, 노출증처럼 이상 성적(性的) 행동을 보이는 성도착증으로 모두 8명(36.4%)에게서 나타났다. 그 중 5명(22.7%)은 소아성애증이었다. 이는 성도착증의 한 유형으로 어린 아이들에게서만 성적 흥분과 만족을 느낀다. 또 5명(22.7%)은 우울장애, 3명(13.6%)은 알콜 의존, 2명(9.1%)은 조현병(정신분열병)으로 진단됐다. 4명(18.2%)은 정신지체나 경계선 지적 기능(정신지체와 정상 사이), 7명(31.8%)은 인격장애였다.
또 가해자 22명을 재범자(9명)과 초범자로 나눠 혈액 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비교한 결과 재범자들의 농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소아를 대상으로 한 가해자군(16명)과 성인 대상 가해자군의 충동성이나 분노 정도를 비교했을 땐 소아 대상 가해자군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분석 대상 가해자 수가 적어 이 같은 경향을 의학적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었던 가해자 22명은 평균 나이 34.1세, 평균 지능지수(IQ) 95.77 였다.
연구를 주도한 송동호 교수는 논문에서 "성폭력 가해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선 이들을 단순히 격리, 수감시키는 걸로는 부족하며, 정확한 진단과 함께 효과적인 치료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에선 이 같은 연구가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에 참여한 김경란 교수는 "조현병을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곧 성폭력범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성폭력 등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 환자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치료를 꾸준히 잘 받고 있는 환자들까지 잠재적인 범법자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이번 연구를 확대해 전국 10개 병원과 함께 성폭력 가해자를 진단하는 기준을 표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법적 처벌 기준을 정하거나 어떤 정신상태가 성범죄로까지 이어지는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데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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