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찰 조사부터 심리치료까지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피해자 10명 중 4명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피해 건수는 총 1만9,498건이었지만 원스톱지원센터와 해바라기여성ㆍ아동센터로부터 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1만2,430명(63.7%)에 불과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전체 성폭력 피해자 대비 수혜가 45%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전화 상담만 받은 피해자까지 수혜자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피해가 심각해 의료 심리 법률지원 등이 필요한 경우의 수혜 비율은 더욱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신고된 여성 중 몇 명이 전문 기관의 지원을 받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건수로 보면 지난해 7만9,182건 중 상담(3만6,443건)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의료와 수사지원은 각각 24%, 23%였으며 아동 피해자에게 특히 절실한 심리지원은 4%에 그쳤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은 해바라기아동센터, 원스톱지원센터, 해바라기여성ㆍ아동센터 등 3가지 31개소로, 경찰과 연계해 피해여성들에게 무료로 상담 의료 법률 수사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기관들은 대부분 큰 도시에 몰려있어 중소 도시 아동과 장애인에 대한 심리지원은 크게 제한받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전남 대전 제주에는 아동 전문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해바라기센터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강원 춘천시 강원대에는 원스톱지원센터와 해바라기아동센터가 둘 다 설치돼 있다. 2004~2010년 각각 다른 계기로 3가지 센터를 설치하면서 분포와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숫자만 늘려온 탓이다.
전문인력 양성은 소홀해 지원의 전문성도 의심되고 있다. 나주 성폭력 피해 아동의 경우도 전남여성ㆍ아동센터 상담원이 파견됐지만 적절히 지원을 하지 않아 아동이 진통제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를 받고, 수술 다음날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는데도 힘들게 경찰 수사를 받았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의 주치의이자 해바라기아동센터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신의진 의원은 "해바라기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다"며 "모든 피해자가 특성에 맞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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