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 간 특허침해 소송을 맡은 미국 법원이 제3자를 통해 코오롱 전산망에 접근, 듀폰의 영업비밀이 남아 있는지 확인토록 명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는, 미 법원의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 버지니아 동부법원 로버트 페인 판사는 최근 열린 재판에서 코오롱에 듀폰의 영업비밀을 담은 모든 서류를 내달 1일까지 듀폰 측에 돌려 줄 것을 명령했다. 그는 또 코오롱 컴퓨터에 듀폰 영업비밀 파일이 남아있다면 모두 지우고,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코오롱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해 듀폰의 영업비밀 관련 자료가 완전히 삭제됐는지 확인할 것을 지시했다.
페인 판사는 이와 함께 코오롱에 ▦듀폰의 영업비밀을 아는 사람 ▦영업비밀이 보관된 장소 ▦영업비밀이 언급된 모든 사안을 듀폰 측에 고지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했다.
코오롱 측은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말은 아끼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명령이라 따를 수밖에 없지만 제3자라도 전산망을 들여다 보는 것이 유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은 일단 향후 재판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0년간 아라미드 섬유의 생산ㆍ판매 금지, 1조원 배상 등 다른 명령 조항과 같은 범주에서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따지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전산망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미국의 사법체계에 도전하는 행위로 비쳐져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이미 지난달 31일 미 연방 제4순회 항소법원에 항소의사를 통보한 상태다. 또 아라미드 섬유의 생산ㆍ판매 금지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항소법원이 2~4주 안에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코오롱은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아라미드 섬유를 계속 생산ㆍ판매할 수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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