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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일 갈등, 미국은 누구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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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일 갈등, 미국은 누구 편일까

입력
2012.09.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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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독도 문제로 한창 갈등하던 8월 23일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한일 양국의 분쟁이 우리로서는 편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30일에는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자제와 침착, 정치력의 발휘'를 양국에 촉구했다. 동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의 분쟁에 불편한 심경을 비치고 그만 싸울 것을 주문한 것인데, 말만 놓고 보면 중립을 지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일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미국에는 일본, 그것도 일본의 우경화를 상당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이 7월 일본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일본의 증대하는 전략적 이해를 환영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카터 부장관은 "일본이 지정학적 면에서 전략적 구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미국 지도자들은 일본 정부 및 자위대와 협력해 그런 전략의 비전을 실현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이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고 원자력법을 고쳐 핵무장 개발 가능성을 보이던 때여서 카터 부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일본의 군사노선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비슷한 시기에 랄프 코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일본인은 과거를 잊으려 애쓰는 반면 한국인은 과거를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글을 미국외교협회에 기고했다. 일본에 과거사의 반성과 위안부 문제의 인정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비판한 것이다. CSIS의 또 다른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던 한일군사보호협정이 한미일 군사협력에 유익할 것으로 평가하고 장기적으로 한국 국민의 대일 감정이 대중 감정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아시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100%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는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생각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들의 발언대로라면 미국은 식민 지배로 상처받은 한국인의 정서를 모른다. 그래서 돈 많고 반미 정서가 약하며 중국과도 한국보다 더 떨어진 일본을 우위에 두고 한일 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은 우익이 정치를 지배하면서 터무니없는 주장과 행동을 보인다. 그래서 독도 문제처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에 일본 편을 드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에서 한미일 동맹은 생각보다 허술할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한미일 동맹에 적극적으로 편입되면서 동맹의 대척점에 있는 중국과 내내 거리가 있었던 한국은 최근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함께 겪으며 중국과 가까워졌다. 수교 20주년 기념 행사에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 부주석이 참석할 정도였다. 한중의 접근이 부담스러웠는지 일본은 4년 만에 북한과 교섭하고 회담을 격상해 다시 만나기로 했다.

물론 한미일 동맹은 미국을 정점으로 한국과 일본을 묶은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건재하는 한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억지에 동맹의 두 축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최근 크게 흔들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그 동안 미국의 요구에 필요 이상으로 호응한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일본 우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사보호협정의 추진 등 미국의 요구를 핑계 삼아 일본 우익의 이익에 부합하려는 움직임이 한국 내에서 적지 않았다. 그때 한국 정부가 내건 명분이 북한의 위협에 함께 대응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일본이 이제 북한과 만나고 있다.

최근의 한일 갈등은 그래서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동맹, 중국 및 북한과의 관계 나아가 한국 내부의 대외 인식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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