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ㆍ중ㆍ고교생은 '폭력적인 또래 문화'보다 '성적 위주의 학교 교육'이 인격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며, 학업성적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학술교육정보원에 의뢰해 전국 초ㆍ중ㆍ고교생 3만1,000여명, 교사 1만1,000여명, 학부모 1만5,000여명을 상대로 '인성교육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학생 10명 중 3명(33.4%)이 '성적 위주의 학교 교육'을 인성형성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경쟁적 사회풍토'를 꼽은 비율(7.3%)까지 합치면, 경쟁ㆍ성적을 원인으로 꼽은 비율이 40%를 넘었다. 이어 '폭력적인 또래 문화'(25.2%), '부모님의 잘못된 교육관'(13%), '잘못된 어른들의 모습'(11.5%), '유해한 매체'(9.7%) 순이었다.
학부모 역시 비율은 낮았지만 '성적 위주의 학교 교육'(27.6%)을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교사들은 '부모님의 잘못된 교육관'(45.6%)를 가장 많이 꼽아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학생들은 성적이나 재미없는 학교생활 때문에 40.3%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비율이 초등학생 28.8%, 중학생 40.9%, 고교생 48.6%로 갈수록 높아졌다.
또 학생 10명 중 3명(30.9%)은 '지난 일주일 동안 아무런 이유 없이 불안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33.7%는 '지난 일주일간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치민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미흡했다. '학업중단 위기 학생이나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지도방법 및 교육프로그램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사들의 60% 가량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인성은 바닥으로 평가받았다. 교사의 80.3%가 학생들에 대해 '신뢰, 협력, 참여 등 더불어 사는 능력이 낮다'고 답했다. 학생들 스스로 '낮다'고 답한 비율(53.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학부모는 64.2%가 '낮다'고 답했다. 교과부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교과부 홈페이지를 통해 별도로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는 75.6%가 '낮다'고 답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집중이수제 때문에 영ㆍ수ㆍ국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편성되고, 예술과 체육은 물론 도덕ㆍ사회 등의 비입시 교과를 거추장스럽게 느끼는 학생들에게 말로 하는 인성교육은 의미가 없다. 더구나 일제고사 같은 교육정책 때문에 아침 독서 시간이나 방과후 창의적인 교육활동까지 불가능하다"고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