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고종석(23ㆍ구속)씨가 처음부터 피해자 A(7ㆍ초등학교 1년)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할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씨가 당초 "A양을 성폭행하던 중 A양이 내 얼굴을 봐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고 한 진술은 중형 선고를 피하기 위한 의도된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3일 고씨가 "A양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씨가 성폭행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 A양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우려해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는 최초 진술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경찰은 이에 따라 고씨가 지난달 30일 새벽 1시45분쯤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A양을 이불째 납치할 때부터 A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5년 전 A양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을 드나들며 서로 얼굴을 알게 된 큰딸(12ㆍ초등학교 6년)로 착각해 A양을 납치했던 고씨가 경찰 신고를 우려해 성폭행 도중 살해하려 했다는 것은 정황상 앞뒤가 맞기 않기 때문이다. 또 고씨가 당초 주장대로 경찰 신고가 두려웠다면 왜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는 큰딸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느냐는 것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경찰은 고씨가 "성폭행 후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고씨가 범행을 계획할 때부터 큰딸로 오인한 A양을 살려두지 않기로 결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성폭행 도중 살해 결심을 했다"고 한 고씨의 자백이 형량을 줄이기 위한 허위 진술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처럼 살인미수범의 경우 범행의 실행에 착수한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고의성에 대한 가중 여부가 결정돼 형량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경찰이 고씨를 구속하면서 적용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강간 등 살인ㆍ치사죄를 범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고씨는 조사 과정에서 중형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론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경찰 측은 밝혔다. 실제로 고씨는 A양을 살해하려고 했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범행 계획시기 등을 추궁하는 질문에 대해선 자신의 주장을 적극 펼치는 등 지능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은 조사 질문을 받으면 적극 자기 주장을 진술하는 독특한 행동양태를 보이고 있다"며 "마치 자기가 머릿속으로 그려 놓은 시나리오대로 진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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