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전에 접어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누적 득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대의원 투표만 놓고 보면 손학규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문 후보는 전체 투표의 92%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투표의 압승에 힘입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모바일 표심이 당심(黨心)과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경선 관리의 공정성 시비가 계속되면서 지도부 교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3일 당 선관위에 따르면 13개 순회 경선 대상 지역 중 전날까지 진행된 6개 지역의 경선 결과를 합산한 결과 문 후보는 과반에 육박하는 46.2%(5만221표)를 득표해 선두를 지켰다. 2위를 차지한 손학규 후보는 25.8%(2만8,059표) 득표에 그쳤다.
그런데 두 후보의 득표 상황을 투표 유형별로 살펴보면 당심과 모바일 표심의 현격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당의 기간조직인 대의원이 참여하는 순회투표에선 손 후보가 35.1%를 득표해 24.9%를 얻는 데 그친 문 후보를 10%포인트 넘게 앞섰다. 손 후보는 투표소투표에서도 28.7%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모바일투표에선 문 후보가 47.8%를 얻어 손 후보(25.4%)를 20%포인트 넘게 따돌렸다.
당심에서 앞선 손 후보가 전체 득표율에서 문 후보에게 크게 되지는 건 전체 투표자 중 모바일투표의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투표의 공정성 논란이 당내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후보들의 정견 발표 전에 해당 지역 전체 투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투표가 먼저 실시되는 현재의 경선 룰이 상식과 원칙에 맞지 않다는 비판론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들의 정견을 듣고 자질과 능력 등을 비교한 뒤 투표하도록 하는 게 원칙에 맞다"면서 "정견도 듣지 않고 모바일로 투표한다면 '바람 선거'나 '인기 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두관 후보도 2일 전북 지역 경선 연설에서 4일에 경선이 치러질 경남 지역 선거인단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면서 모바일 투표를 사전에 실시하는 경선 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경선 룰 갈등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듯 이날 진행된 광주 지역 TV토론회는 난타전으로 흘렀다. 손 후보는 "정체 모를 무더기 모바일 세력의 작전 속에 민심과 당심이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다"면서 "친노 패권세력의 모바일 작전에서 민주주의를 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문 후보는 "지금까지 6개 지역 모두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는데 그것이 전부 친노 패권주의에 의한 지지였다는 것이냐"면서 "자꾸 우리가 (국민경선제에 대해) 침 뱉는 것은 국민 성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정세균 후보도 "모바일투표에 참여하는 분들 가운데 자발적 참여자가 아주 적다는 점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면서 문 후보를 겨냥했다.
제주 경선 직후부터 제기된 모바일투표의 공정성 논란은 '이ㆍ박ㆍ문(이해찬ㆍ박지원ㆍ문재인) 담합론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사퇴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적전 분열로 비칠까 봐 즉각적인 지도부 사퇴 요구를 자제하고 있지만 현 지도부로는 대선 필패라는 데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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