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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패도정치를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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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패도정치를 넘어서자

입력
2012.09.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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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힘으로 인을 가장하는 것을 '패도'라 하고 덕으로 인을 행하는 것을 '왕도'라 한다"고 했다. 온갖 술수와 사술이 난무하고 기술과 정치공학이 기승을 떨치는 현대정치에서 덕으로 국민을 따르게 만드는 왕도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미디어가 발전할수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와 미디어정치가 활성화 될수록 정치지도자들의 진정성이 강조되는 것은 왜일까. 박근혜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새누리당 경선이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경선도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기는 매일반인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맹자가 말한 패도정치의 '힘'은 세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조직이다. 그렇다면 맹자가 말한 왕도정치의 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의명분이고 시대정신이며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비전과 이슈와 슬로건이다. 모든 후보들이 공약을 제시하고 비전을 말하나 그것이 '인을 가장하여 무력으로 다스리려는 패도'가 아님을 무엇으로 증거할 것인가. 진정한 왕도정치와 패도정치를 은폐하기 위한 거짓 왕도정치를 구별해낼 수 있는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때다.

박빙혼전 양상으로 선거전이 전개된 지 이미 오래다. 여야 모두 중간층 공략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지지층 결집만으로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는 '행복한 선거'는 더 이상 없다. 패도정치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줄 세우기와 같은 패도정치는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민감성과 행동성이 높은 중간층 대중에게는 불쾌감과 혐오감만 가져다 줄 뿐이다. 패도정치는 잘못된 정치일 뿐만 아니라 승리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비능률적인 정치다. "패도정치를 넘어서야 한다"는 명제를 도덕적 명제가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현실정치적 명제로 받아들일 것을 권하는 이유다.

현대정치에서 왕도정치란 정치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역사담론을 전개하고, 그 연장선에서 시대정신과 국가경영의 핵심의제를 논하는 정치를 뜻한다. 대의명분과 비전의 정치, 담론과 공론의 정치가 현대적 의미의 왕도정치라 할 수 있다.

박근혜는 후보수락 연설에서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시대라는 시대적 담론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선에서 너나없이 박근혜 타도를 외치고 있지만 박근혜의 담론을 넘어서는 대안담론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현안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정책 수준으로 정리한 것을 정치철학 담론이라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정책자료집일 뿐이다. 안철수의 도 안철수의 정치철학과 역사담론을 체계적으로 풀어낸 책이라 할 수는 없다. 패도정치를 넘어 왕도정치로 가는 길에서도 지금까지는 박근혜가 한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패도정치로는 선거를 이기기도 어렵지만 이겨도 문제다.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패도정치가 선거에 지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위력으로 국민을 줄세우는 과정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두 개의 진영으로 강제로 나누는 과정이며 양 진영간의 무한경쟁을 강압하는 과정일 수 밖에 없다. 패도정치는 국민분열을 낳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패도로 이기고 왕도로 통치한다"는 편의주의적 사고로는 패도정치를 넘어설 수 없다. 왕도정치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고 이긴 후에도 안정적이고 통합적으로 국가경영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여야 후보들이 너무 늦지 않고 자각했으면 한다.

승패에 초연하기 어려운 후보들에게 눈앞의 사탕 같은 패도정치의 유혹을 벗어나 왕도정치로 가게끔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왕도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적극적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왕도정치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후보들이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과연 2012년의 유권자들은 왕도정치 쪽으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인가. 결국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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