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흉악 성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이 관련 수사를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고 한 달간 '방범 비상령'을 선포하는 등의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과거에도 내놨던 대책의 반복인데다 대증요법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잇단 성폭력 등 강력범죄 발생으로 국민여러분께 불안과 심려를 끼쳐 치안의 총책임자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성폭력ㆍ강력범죄 총력 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성폭력 예방 전담부서 신설 ▦아동ㆍ여성 실종사건의 경우 초기부터 전담반 편성 운영 ▦경찰ㆍ의료진ㆍ상담전문가로 구성된 성폭력 사건 특별팀 구성 ▦성폭력 우범자 관리 강화 등이 주요내용이다.
특히 경찰청 직속으로 신설하는 아동포르노대책팀은 5월부터 벌여온 음란물 유통 단속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외국 수사기관과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유입 음란물 차단에 나서게 된다. 김 청장은 "다음달 3일까지 한 달 동안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성폭력범죄 예방 등 민생치안 활동에 투입하는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겠다"며 '특별 방범 비상령'도 선포했다.
그러나 경찰은 과거에도 주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전담기구 신설'을 남발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2010년 이른바 '김수철 사건'이 발생하자 '아동ㆍ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성폭력 특별수사대를 편성했다가 8개월 만에 슬그머니 해체시켰다. 2009년 '조두순 사건' 때는 '성폭력 범죄자 1대 1 전담관리'를 대책으로 내놨으나 유야무야 됐다. 게다가 이미 각 지방경찰청에는 아동ㆍ여성 성폭력의 수사와 지원을 전담하는 '아동여성보호1319팀'(17개ㆍ178명)이 운영되고 있어 '옥상 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책의 대부분이 현재 경찰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도 문제다. 우범자 관리인력만 해도 경찰은 정부에 793명을 증원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국회 통과까지 거치면 연말은 돼야 확정된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찰로서는 당장 응급대책이라도 내놔야 했겠지만 조직 개편은 임시 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여성가족부 등 유관부처와의 협력 방안, 성범죄 전문 수사인력 양성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성폭력범죄와 관련, "전자발찌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약물 치료를 포함해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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