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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청소년에게 건전한 음주 교육" 다소 엉뚱한 주장 보완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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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청소년에게 건전한 음주 교육" 다소 엉뚱한 주장 보완할 필요

입력
2012.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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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뜻하는 주폭(酒暴)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개월 전의 전이다. 그동안 음주에 관대했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른바 '주폭(酒暴)과의 전쟁'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호응은 좋은 편인 것 같다.

이런 변화가 단 한 사람(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의 의지만으로 가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놀라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 없이 단순히 처벌만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주폭들은 대부분 알코올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예외 없이 치료가 동반되지 않는 처벌 강화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알코올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반해 우리는 그런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학생의 글은 나름대로 주폭 문제의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앞서 말한 치료적 방법도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글이라 평할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의 단점도 있으니 지금부터 그 부분을 지적해 보겠다.

학생은 주폭 문제의 원인을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로 술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를 들고 있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을 제출한 부분을 보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음주 문화와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노력'은 원론적 수준에서는 타당하지만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기에 실제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인식적·제도적 차원에서 공감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언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원인으로 제시된 '술에 너그러운 제도'의 경우는 세 번째 대책에서 그런대로 적절한 대안을 제출하고 있어서 비교적 좋은 문제 해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째 대책으로 소개한 청소년 음주교육 지도는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당수 청소년이 몰래 음주를 즐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부터 청소년의 음주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기는 어렵다. 같은 논리를 일반화하면 청소년에게 '건전한 운전', '건전한 흡연', '건전한 도박', '건전한 왕따'를 허용하자는 주장 역시 나올 수 있는데 이에 찬성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 일부 청소년의 어두운 음주 문화가 주폭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분명치 않디. 더욱이 이 대책은 원인을 제시하는 부분과 대응 관계를 이루지 않고 있다. 세 번째 단락에 주폭이 청소년에게 잘못된 음주문화를 배우게 한다는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지는 않으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볼썽사나운 주폭의 행태를 보고 그것을 모방하려는 청소년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학생이 문제 삼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음주 장면이 청소년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인데, 정작 학생의 글에서 대중매체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대책이 생략되어 있다.

표현력은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편이지만 일부는 개선할 여지가 있다. 가령 네 번째 단락은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의 순서를 바꿔서 "또 술에 너그러운 제도 또한 주폭 사고의 한 원인이다. 몇 년 전 '조두순 사건'에서 조두순씨는 아동 범죄를 저질렀지만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에서 12년형으로 감형되었다"로 바꾸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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