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한 남성이 찾아와 서울 북창동 B유흥업소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여자 종업원의 옷을 벗겨 술을 따르게 하는 등 불법 영업을 하고 있고, 건물의 일부 층은 허가 받지 않고 운영 중이다"라는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경찰은 규정대로 업소에 출동했고, 현장 확인 후 업주와 종업원들을 단속했다.
그런데 이 신고자는 다름 아닌 서울 강북과 강남 일대에서 유흥업소 10여 곳을 운영해'룸살롱 황제'라 불리는 이경백(40)씨. 제보자는 보통 신원을 알리기를 꺼리는데 그는 자신을 "이경백"이라고 밝혀 경찰도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경찰 112신고센터에도 같은 업소가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10여차례 접수됐다. 사정당국에선 모두 이씨나 이씨 측근들이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도 룸살롱을 운영하며 성매매, 세금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이씨가 다른 업소의 불법 영업을 제보하고 나선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창동에서 시작해 강남까지 세를 넓힌 이씨가 북창동에서 다시 영업을 재개하려고 경쟁업소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북창동 유흥업소 관계자는 "지난 7월 출소를 전후해 이씨가 호텔 인수 등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번 신고 이후 이 동네가 이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기지개에 경찰도 긴장하고 있다. 현장의 한 경찰관은 "괜한 오해나 의혹을 살 수 있으니 이씨가 자주 나타나는 북창동에서는 밥도 먹지 말라는 지시까지 있었다"고 귀띔했다. 강남서 논현지구대 경찰들이 이씨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기소된 바 있다.
이씨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3년 6월과 벌금 30억원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 7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억5,000만원, 사회봉사 300시간이 선고돼 풀려났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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