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이 평소 아동ㆍ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즐겨봤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음란물 유통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인터넷감시재단(IWF)이 2009년 기준 세계에서 아동 음란물이 가장 많은 나라 톱 5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를 꼽은 것만 봐도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전남 나주에서 초등생을 납치ㆍ성폭행한 혐의로 2일 구속된 고종석(23)씨는 성범죄 전력이 없지만 경찰 조사에서 상습적으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보며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지난 7월 경남 통영에서 초등생을 납치한 후 성폭행하려다 실패해 살해한 김점덕씨도 컴퓨터에 아동 음란물을 포함해 70편의 음란 동영상을 저장해 두고 있었다. 2010년 서울 영등포구 한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씨도 범행 전날 아동과 10대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50편 넘게 본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아동 음란물과 성 범죄가 직접 관련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성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아동 음란물을 볼 때, 성적 충동이 증가해 범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소아기호증 환자들이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자주 접하면 일반인과 달리 성적 판타지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직접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성장과정에서 성적ㆍ육체적으로 폭력을 당한 경험이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 성인 여성에게는 성적 충동을 느끼지 못하지만, 약자인 아동을 상대로 보복 충동이 격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보통신(IT)망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파일공유(P2P)사이트나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반면 음란물 유통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 강도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느슨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중ㆍ고 남학생 54.5%가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한 경험이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인물 접촉 경험은 2010년 7.5%에서 2011년 12.3%로 증가했다. 최근 경찰청은 아동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행위는 물론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 올리거나 내려 받는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광주경찰청은 2일 스마트폰을 통해 아동 음란 동영상을 퍼뜨린 혐의가 있는 60명을 검거했다. 이들 중 5명은 성 범죄 전력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유통은 음성적으로 이뤄져 모니터링에도 한계가 있다"며 "해외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개인과 개인이 메신저 등을 통해 공유하는 경우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희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국의 경우 음란물을 다운만 받아도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캐나다는 5년 징역형을 받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유포자도 대부분 경미한 처벌에 그쳐 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