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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 '배임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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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 '배임죄 공포'

입력
2012.09.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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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의사결정 때면 배임죄에 걸리는지 법률자문을 받는 게 필수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이사회에선 선뜻 결정을 꺼리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어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영진과 이사진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배임 공포'가 기업들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구속(배임)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횡령)ㆍ최재원 수석부회장(횡령ㆍ배임) 형제도 1심 선고를 앞두는 등 10대 그룹 총수 2명이 기소된 상황에서,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위해 횡령ㆍ배임에 대한 처벌강화까지 추진함에 따라 기업마다 비상이 걸렸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횡령도 횡령이지만 배임죄가 문제다. 변칙상속 같은 배임행위는 당연히 엄히 다스려야겠지만 정상적 경영판단까지 배임으로 몰고 간다면 리스크가 따르는 의사결정은 위축될 수 밖에 없어 명확한 기준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배임죄는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김승연 회장은 이 혐의가 적용돼 지난달 16일 법정 구속됐지만, 한화 측은 원천적으로 배임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선 '총수 봐주기'는 더 이상 안된다며 집행유예는 물론 사면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재계는 "이런 식으로 배임으로 몰고 가면 안 걸릴 기업은 하나도 없으며 결국 투자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전력이 전력구매비용에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전력거래소 등을 상대로 4조원대 손해배상소송계획을 밝혔던 것도 '배임'공포 때문이란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방침을 따르다 보면 손실을 감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공기업 경영자가 추후 소액주주로부터 배임추궁을 당한다면 결국 소송을 당하지 않기 위해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줄을 이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에이스의 정태원 변호사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포함되는 기업 경영 결과에 대해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한 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고,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는 "형사법 차원에서 경영 판단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죄에 대한 구성요건의 특례규정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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