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콘돔 사용 지지" 伊 마르티니 추기경 선종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에서 드물게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이탈리아 밀라노 교구의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이 지난달 31일 향년 85세로 선종했다.

마르티니 추기경은 오랜 기간 파킨슨병으로 투병했으며 선종 하루 전부터 병세가 급속히 악화했다고 밀라노 교구가 밝혔다.

그는 가톨릭 교회가 금기시하는 콘돔 사용을 에이즈 예방책이라며 지지해 교황청과 대립했으며 성직자의 금욕, 낙태, 동성애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과감하게 밝히는 등 진보적 성향의 추기경으로 유명했다. 그는 선종 보름 전 이탈리아 일간지와 한 생애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가톨릭 문화가 너무 늙었고 교회는 크고 공허하며 관료주의가 성행한다"면서 "가톨릭 교회는 시대에 200년 뒤졌다"고 비판했다.

마르티니 추기경은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을 찾기 위해 열린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회의)에서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될 정도로 교회 내 영향력이 컸다. 이탈리아 일간지에 일반인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글을 기고해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장례식은 3일 밀라노 대성당에서 열린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