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반값 대학 등록금을 공약으로 발표함으로써 이제 반값 등록금은 여야의 주요 공약이 됐다. 새누리당은 장학금을 늘려서 생활이 어려운 학생 중심으로 실질적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고, 민주당통합당은 학비를 일률적으로 반으로 낮추려는 것 같다. 반값 등록금은 중요한 정치 현안이 되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저소득 가계의 학생들을 국가장학생으로 정하고 각 대학들에 일정액을 배정했다. 이 과정에서 각 대학들에게 국가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주고 싶으면 등록금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2~3%, 국립대의 경우 4~5% 정도의 등록금을 인하했다. 등록금 인하폭이 작다고 학생들은 너무 불만족이지만, 대학들은 예산이 그만큼 감소해 허리가 휘고 있다. 학교의 예산이 감소되니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기는 어렵고 결국 사업비 등의 운영비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권말기이긴 하지만 교과부는 장관을 중심으로 총장직선제 폐지 등 평소 실행하고 싶었던 정책을 소신껏 밀어 붙이고 있는데, 그 방법과 모양이 얄팍하고 보기에 좋지 않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부실대학으로 지정해 온 국민에게 창피를 주고 정부 지원금도 주지 않겠다는 방침에 대학들은 눈물을 머금고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열심히 교과부에 부응한 학교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면 기가 찰 정도이다. 예컨대, 해마다 봄철이면 각 대학을 경쟁시켜 교육비를 지원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있다. 이 사업에서 전국 대학에 지급된 총액이 작년에는 2,406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811억원으로 줄었다. 왜 이렇게 감소해야 했을까. 아마 국가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지역거점 국립대의 경우 이 사업으로부터 약 60억원 정도의 사업비를 지원 받아왔는데, 올해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대학에만 지원 해주고 그렇지 않은 대학에는 이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지원을 받았다는 한 대학에 온 돈은 약 40억원, 작년에 비해 3분의2로 감소했다. 이렇게 감소된 액수는 결국 고스란히 학생들 피해로 이어진다. 일례로, 이 대학은 이 지원금을 학생들 교육에 사용해 왔는데, 작년엔 '글로벌인재 양성프로그램'으로 187명의 학생에게 외국 자매대학 연수비용을 지원했으나 올해는 137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예산 감소로 인해 대학들은 모든 부분에서 허리를 졸라매고 있으며, 이는 상당 부분 교육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등록금 인하가 교육의 질 감소로 이어지게 되어선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영학에 분자경영, 분모경영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가치창출/비용지불'이라는 식에서 비용대비 가치를 최대한 많이 창출하는 것이 경영의 목표가 된다. 그런데, 기업과는 달리 대학은 분자를 키워야 하는 곳이다. 교육비용을 줄여서 반값 등록금을 달성하려고 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가치창출이 감소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이미 교수-학생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우리나라에서 분모를 줄이는 분모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반값 등록금을 달성하는 것을 넘어 분자경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투자 없이 제대로 된 교육이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이 OECD 국가들 중 미국 다음으로 높아 세계 2위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출은 GDP 대비 0.6%로 OECD 국가 평균의 2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다. 나머지는 학부모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나온다. 이러한 학부모의 희생 하에 우리 대학 교육이 이루어져 왔다. 이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19대 국회에선 이를 꼭 통과시켜 교육 부실 없는 반값등록금이 달성돼야 한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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