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등을 상대로 4조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계획을 밝힌 한국전력이 한 발 물러섰다. 감독 기관인 지식경제부가 김중겸 한전 사장에게 엄중 경고(본보 1일자 11면 기사 참조)를 보내자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2일 "지경부 공문을 접수한 뒤 소송과 함께 전력거래대금의 감액 지급을 강행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강구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달 29일 거래 비용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적자구조가 악화됐다며 발전자회사에 지급하는 전력구매대금을 자체 감액하고,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들을 상대로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경부는 그 이튿날 "한전이 제기하는 소송이나 전력대금 감액 조치가 전력시장 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성 공문을 발송했다.
한전 측은 일단 소송은 유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만성 적자구조인 전력거래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지경부나 전력거래소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해 소송 외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전이 연내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정부와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전은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총괄원가를 보전하기 위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달 27일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다시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발언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한전 측은 총괄원가를 맞추려면 전기요금을 16.8% 인상해야 하나 정부의 거부로 4.9%만 인상한 탓에 유가가 폭락하지 않는 한 경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