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가 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원정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강호 울산 현대에 3-0 완승을 거뒀다. 6개 시ㆍ도민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진입한 경남이 여세를 몰아 4년만에 FA컵 결승에 오른 것. 경남은 이로써 포항과 우승컵을 놓고 내달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됐다. 4년 전 FA컵 결승에서 포항에 패했던 경남으로선 설욕전 겸, 구단 사상 첫 우승 트로피에 도전장을 던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경남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최진한(51)감독의 '자식론'이 주목 받고 있다.
경남은 5월19일까지 K리그 14위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최 감독은 양복 안주머니에 항상 사표를 지니고 다녔다. 최 감독은 올해 초 "소신껏 선수단을 운영할 수 없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남은 윤빛가람(성남), 서상민(전북), 김주영(서울) 등 주축 선수들이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했다. 설상가상으로 메인 스폰서인 STX그룹이 후원금을 1년 4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삭감하겠다고 통보해 선수들의 월급을 지급하기에도 빡빡한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다.
위기의 경남을 깨운 건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최 감독은 자신의 딸과 같은 또래인 선수들을 자식으로 대했다. 최 감독은 시간이 날 때마다 선수들을 방에 불러들였다. 그리곤 "나는 너를 선수이기 이전에 아들처럼 생각한다"며 자식을 대하듯 진심 어린 조언으로 다독였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은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이 됐다.
경남은 이후 변변한 스타 플레이어가 없음에도 강 팀들을 잇따라 꺾고 8위로 리그 30라운드를 마쳤다. 올해 도입된 스플릿 시스템에 따라 15일부터 A그룹에서 남아 남은 14라운드를 치르게 된 경남은 '우린 노는 물이 달라'라는 의미 있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강 팀에 강한 이유를 '정신력'으로 꼽은 최 감독은 "구단 자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선수들이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뛰었다. 헌신적인 팀 플레이가 경남을 일으켰다"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