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서민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주문에 따라 ‘등 떠밀려’내놓는 대책이지만, 급전이 필요하면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연 10%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서민들로서는 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00만~300만원을 1년 이내 만기로 융통할 수 있는 소액ㆍ단기대출 상품을 이르면 이번 주 출시한다. 무보증 신용대출 형태로 거치기간이나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원리금을 매월 똑같이 나눠 갚는 식이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 서민 금융상품과 달리 1~6등급 정상 등급자들도 신청 가능하다. 국민, 하나, 농협, 씨티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상품을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대출금리가 연 9~13%선이라는 점. 금감원 관계자는 “급전 대출 수요를 은행으로 돌려 ‘금리 단층’ 현상을 완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신용 대출금리(평균 7%)와 저축은행(26~29%), 대부업체(30% 이상)의 사이에 워낙 큰 격차가 발생하는 바람에 10%대 중간의 금리를 적용 받는 게 적당한 대출자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그 틈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저소득ㆍ저신용자를 위한 ‘새희망홀씨대출’ 대상 범위도 확대됐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이날 “공공정보에 등록되지 않은 짧은 연체기록이 수 차례 있거나 1개월 미만 단기 연체기록이 있는 서민에 대해서도 대출 신청이 가능토록 규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새희망홀씨대출은 연 소득 3,000만원 이하 혹은 개인신용등급 5등급 이하이면서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고객이 대상인데, 지금까지는 ▦신청일 기준 3개월 이내ㆍ30일 이상 연체 대출금 ▦3개월 이내에 10일 이상 계속된 연체대출금 4회 이상 보유 등의 사유가 있으면 제외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기 연체기록 보유자도 대출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단, 신청일 현재 연체 중인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별도로 우리은행은 돈을 성실히 갚은 대출자에게 최대 7.0% 포인트까지 금리를 내려주는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이달 중순부터 운용키로 했다. 우리은행에 단기 연체대출금이 있는 고객이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최초 연 14.0%에 최장 10년 분할상환대출로 전환 받고, 이 대출을 잘 갚으면 반기마다 0.5%포인트씩 금리를 깎아줘 최대 7.0%까지 금리가 하락하는 구조다.
한편 일부에서는 서민대출 확대가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 지원 확대의 취지는 좋지만, 상황 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소비로 신용이 떨어진 것인지 상환 능력이 있는데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인지 등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은행들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거나 독립적인 담당부서를 개설하는 등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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