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일 오찬을 겸한 단독 회담을 갖는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회담을 갖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두 사람의 관계 설정과 회동 내용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 후보가 대선 후보로 당선된 뒤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전화 통화를 하고 '언제 한번 보자'고 해서 이번 면담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이날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 워크숍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되고 나서 인사차 만난다"며 "(회담이) 끝난 다음에 (결과를)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특히 박 후보가 최근 국민대통합의 일환으로 친이계 등 비박 진영과의 당내 화합을 강조하고 있어서 이날 회동에서 여권의 단합과 관련된 얘기가 오갈지 주목된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겉으로는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여당 후보로서 대통령을 만나 뵙고 인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의례적인 만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도 "태풍 피해 대책과 경제위기 해법 등을 얘기하는 민생 회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도 대통령이 여당 후보를 만나는 점만 부각되면 선거중립 의무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서도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이 있으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여러 문제 많았던 현 정권과 대선을 앞둔 여당 후보 간에 모종의 정치적 거래가 이뤄지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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