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일부 측근들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은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억지만큼이나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박 후보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옹호 발언이 바로 그렇다. 홍 전 의원은 엊그제 기자들과 만나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보다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다. 유신의 좋은 면은 외면하고 나쁜 면만 거론하며 박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비열하다는 주장도 늘어 놓았다.
민주당의 표현 그대로 홍 전 의원의 발언은'유신궤변'이다. 유신을 하지 않았으면 중화학 공업 발전과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이 불가능했다고 보는 근거도 미약하지만 경제발전을 위해 헌법적 가치를 부정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랍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비판과 반박이 쏟아지고 있다."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는 정몽준 전 대표의 반박은 거칠지만 홍 전 의원의 왜곡된 인식에 대한 통렬한 일격이다. 박 후보와 가까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헌법적 가치를 수출을 위해 부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홍 전 의원은"박근혜에게 5ㆍ16을 묻는 것은 세종에게 이성계를 묻는 것과 같다"고 말해 빈축을 산 적도 있다. 측근들의 과잉충성 발언은 박 후보를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큰 짐을 지운다. 박 후보가 펼치고 있는 광폭적인 국민통합 행보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유신을 정당화하면서 유신독재의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화합을 얘기한다는 것은 기만이다. 박 후보 주변엔 유신 색채를 간직한 구시대 인사들도 적지 않다.
박 후보는 국민 눈 높이를 입버릇처럼 얘기해왔지만 5ㆍ16 군사쿠데타 및 유신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진 입장을 취하고 있다. 5ㆍ16은"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고, 유신에 대해서는"국민과 역사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헌법질서 부정과 인권유린 등 유신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 자신의 대선가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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