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온라인 파워'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점 방문이나 종이서류 작성이 필요 없는 편리함을 무기로 세를 불려온 지 어언 10여 년, 이제 온라인 성적에 따라 업계 판도가 뒤뀔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이에 따라 각 금융사들은 온라인 영업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한편에선 지나친 '올인'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온라인 거래방식이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곳은 보험과 증권 분야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개인용 가입차량의 3분의 1 이상(36.6%)이 온라인으로 가입했을 만큼 보편화했다. 온라인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쳐 온 동부화재가 올 들어 16년 만에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선 데서 보듯, 업계 지형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급성장한 온라인 조직과의 갈등으로 회사가 분리되는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온라인 계약이 업계 전체의 보험료 수준을 낮추면서 예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보험료 인하 경쟁을 요즘은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온라인 주식거래가 표준이 됐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거래는 도입 초기인 2000년에 비해 4배 이상 급증, 지난해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의 70%나 됐다. '온라인 전문'을 표방하며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에 나선 키움증권 등의 영향으로 업계 전체의 주식거래 수수료도 크게 낮아졌다. 불과 수년 전 100만원 거래 당 수천 원씩 수수료를 받던 오프라인 위주 증권사들은 이제 영업점에서 계좌를 개설해도 100원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수익의 절반 이상을 거래수수료에 의지해 온 증권사들에겐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올 들어 주식거래가 급감하면서 국내 62개 증권사 중 3분의 1(21개)가량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 증권사의 영업점(6월 말 현재 1,744개)이 작년보다 55개나 줄어든 것도 온라인 거래 확대에 따라 증권사들이 기존 주식거래 중개에서 자산관리 업무로 무게중심을 옮긴 영향이 크다.
반면 은행권은 아직 단순 계좌확인ㆍ송금 등 인터넷 뱅킹ㆍ자동화기기 활용 외에는 온라인 영업 확대에 한계가 많은 상황.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은행원이 직접 찾아가 계좌를 개설해주는 산업은행 'KDB다이렉트 뱅킹'이 상대적인 고금리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아직은 일회성 이벤트라는 시각이 많다.
카드업계 역시 최근 '온라인 전용 발급카드'가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카드와의 차별성이 거의 없어 아직 발급장수가 1만장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온라인 금융의 미래가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복잡한 보험상품이나 대출, 자산관리 컨설팅 등 아직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온라인 펀드만 해도 기존 펀드보다 수수료가 30% 가까이 저렴하지만 투자위험 등을 고객이 직접 확인해야 하는 약점이 있다.
김지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권이 젊은 세대를 확보하려면 확실한 온라인 채널 구축이 필수적이지만, 많은 정보가 필요한 금융의 특성상 온라인이 오프라인 시장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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