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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 사회' 삐걱대는 자본주의…거봐라, 마르크스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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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 사회' 삐걱대는 자본주의…거봐라, 마르크스가 답이다

입력
2012.08.3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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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 사회/

김수행 지음ㆍ한울 발행ㆍ220쪽ㆍ1만 3000원

마르크스는 진작에 잊혀졌어야 한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진 지 20년, 마르크스주의는 그때 이미 사망 선고를 받지 않았나. 우파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봐라,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주의는 망했다, 자본주의만이 길이다'라고. 유통 기한이 끝난 줄 알았던 마르크스를 다시 불러낸 것은 최근의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다. 주류 경제학이 내놓지 못하는 해결책을 마르크스가 쥐고 있다는 판단이 조금씩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도 그 대열에 속한다. 신간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 사회> 에서 그는 마르크스가 틀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을 독점한 국가가 노동자를 억압하는 '국가자본주의'였을 뿐,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진짜는 따로 있고 아직 오지 않았다는 소리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역사 발전의 최종 단계로 제시한 미래 사회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라고 말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이 새로운 사회는 개인뿐 아니라 모든 인간, 즉 인류의 능력을 전면적으로 최대한 발달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그리하여 노동의 소외가 완전히 사라질 때 인간과 인간 사이에 대립과 투쟁은 사라지고 인류가 인류 자체의 발달에 헌신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이 책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그것이 불가능한 유토피아가 아니라고 설득하는 데 주력한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 이뤄지려면 어떤 실천이 필요한지, 이 이상적인 사회가 흔들림 없이 '자기 발로 서려면'어떤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지, 그 지난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로 가야 하고 그리될 수밖에 없는지 설파한다.

저자는 서문에서"지금 세계대공황에 직면하면서도 '대안은 없다'고 떠들면서 자본주의라는 '흡혈귀'에 복종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1%의 지배 계급에 대해 여기에 훌륭한 대안이 있다는 것을 천재 마르크스의 사상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우선 오늘의 자본주의를 진단한다. 2007년 미국의 금융 위기부터 지금 유로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정 위기까지 현상을 분석한다. 결론은 자본주의는 지속 불가능한 체제임이 분명해졌고 이에 따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지구 전역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 현상으로 저자는 월 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점령하라' 시위 등 여러 사례를 언급하는데,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에서 진행 중인 사회주의 혁명은 따로 한 장을 할애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차베스의 베네수엘라를 주목하는 것은 이 나라가 마르크스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로 가는 이행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주민자치와 코뮌 등을 통해 빈민을 국영기업의 정책 결정 과정과 국가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자본주의 국가에서 전례가 없는 독창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이를 '21세기형 사회주의 혁명'이라고 높이 평가하지만,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저항도 만만찮다. 차베스를 경계하는 베네수엘라의 자본가들과 미국 등의 주류 언론은 차베스를 독재자, 선동가, 포퓰리스트로 부른다. 한국에도 대체로 그런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알기 쉽게 썼다는 것이다. 마르크스 사상의 주요 골격을 파악하고 오늘의 자본주의를 보는 새로운 눈을 얻는 데도 유용하다.

오미환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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