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태풍 볼라벤과 14호 태풍 덴빈이 잇따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겹 태풍'은 드물기는 하지만 과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3년 전인 1999년 8월 3일 한반도를 강타한 7호 태풍 올가와 나흘 뒤 제주도를 할퀴고 간 8호 태풍 파울이다. 특히 올가는 전국에 100~300㎜의 비를 뿌리고,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46m인 강한 바람까지 몰고 와 6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2만5,32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조1,50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1994년에는 8월 11일 13호 태풍 더그에 이어 사흘 뒤 중형 태풍 14호 엘리가 한반도 근처까지 올라왔다. 더그는 남해까지 북상했다 남하하고, 엘리도 제주도 남서쪽 260㎞해상까지 접근했다가 중국 산둥반도 쪽으로 진로를 틀어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 겹태풍은 3~4일의 시차가 있었으나 이번 볼라벤과 덴빈은 이틀에 불과했고 상당한 위력으로 한반도를 직접 강타했다.
기상전문가들은 겹태풍 발생에 대해 올해 태풍발생 빈도가 늘었고 우리나라 주변으로 태풍이 지나가기에 딱 알맞은 기압배치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태풍은 2010년 10개, 지난해엔 21개가 발생해 30년 평균치(25개)에 못 미쳤으나 올해는 현재 15개가 발생해 평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일주 제주대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불볕더위를 가져왔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남동쪽으로 밀려나면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태풍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 같은 기압배치가 지속되고 태풍이 또 발생하면 한반도나 그 주변을 지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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