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전 CEO 소신인가 "요금 인상 노력했다" 배임 회피 제스처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전 CEO 소신인가 "요금 인상 노력했다" 배임 회피 제스처인가

입력
2012.08.30 17:42
0 0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들을 상대로 무려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폭탄선언'(본보 8월 30일 1면)을 한 29일. 전력거래소는 물론 전력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망각한 행동" "사실상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 "인격살인"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이 모든 화살은 한전CEO인 김중겸(사진) 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 지난 5개월 동안 한전과 정부는 갈등의 연속이었고, 그 중심엔 김 사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는 전기료 인상공방. 지난 4월 한전은 13.1%의 전기료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지경부는 '서민생활안정을 위해 5% 이상은 불가하다'며 퇴짜를 놓았다. 그러나 7월 한전은 10.7% 인상안을 다시 내놓았고, 지경부는 또 다시 거부했다. 결국 이달 초 4.9% 인상으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이 과정에서 지경부는 정부입장을 뻔히 알면서도 두 번씩이나 두 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한 한전, 보다 정확하게는 김 사장에 대해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같은 전력공공기관으로 한 식구나 다름없는 전력거래소, 심지어 정부공무원이 포함된 8명의 비용평가위원을 상대로 4조4,000억원의 소송을 내겠다고 하자 지경부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됐다. 아무리 전력거래가격 산정에 잘못이 있다 해도 같은 정부기관과 공무원을 상대로 이런 천문학적 배상을 요구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행동이란 반응이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전기료 인상문제를 다룰 때에도 소송 운운하더니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만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전은 요즘 정부, 기업, 개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소송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송전선로 공사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밀양시 주민 3명에게 10억원의 소송을 냈고, 현재는 광케이블 임대료 문제로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직속상급부처인 지경부, 형제기관인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할 만큼 '마이 웨이'를 고집하고 있는 김 사장에 대한 평가는 현재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상장기업 CEO로서 소신이 넘친다'는 시선과 '혼자 살겠다는 면피적 행보'란 비판이 맞서 있다.

한전의 당면과제는 경영정상화. 전기료 현실화 없이는 정상화는 불가능한 만큼 CEO로선 적자해소를 위해서라면 뭐든, 설령 소송이라도 마다해선 안 된다는 게 김 사장의 소신이다. 한전 관계자는 "소송이 문제가 아니라 소송까지 할 수밖에 없게 된 잘못된 전기료 체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점을 인정한다 해도 '결국은 배임논란을 피하려는 제스처'란 시각도 있다. 작년 김쌍수 전 사장이 '(이유가 무엇이든) 전기료를 현실화하지 못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개인주주들부터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자, 현 경영진도 배임추궁을 우려해 "우리도 할 만큼 했다"는 흔적을 남기고자 소송을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졸지에 4조원대 소송대상이 된 김진우 비용평가위원장(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현 한전 경영진이 배임회피를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TK(대구ㆍ경북), 고려대, 현대건설' 출신. 이런 연고로 현대건설 사장에서 한전 사장으로 발탁됐다. "지경부 장관보다 힘이 세니까 이런 행보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