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베이징의 고급 백화점인 신광천지 백화점에서는 한국과 프랑스의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비슷한 시기 20m도 안 되는 거리에 프랑스 포숑과 파리바게뜨가 문을 연 것. 포숑은 2010년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파리바게뜨는 승승장구, 30일 중국 베이징의 고속철도 역사 안에 중국 내 100호점인 난잔점을 열었다.
지독한 불황과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중국시장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가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지만 성공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실패를 거울 삼아 재도전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에 진출한 외식업체 중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국내에서 성공한 외식업체들이 대부분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충분한 시장조사와 전략 없이 ‘맨땅에 헤딩’ 식으로 진출했다가 철수하거나 점포를 늘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파리바게뜨보다 1년 앞선 2003년 중국에 상륙해 현재 약 170개의 점포를 현지에서 운영 중인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제외하면 중국에서 100호점 이상 점포를 낸 곳은 파리바게뜨가 유일하다.
파리바게뜨는 100% 유럽식 빵만 만든 해외 브랜드와 달리 20% 정도의 제품은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에서의 경험을 살려 유동인구를 흡수하는 고급 카페형 매장을 만든 것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SPC그룹 관계자는 “향후 동북 3성과 화서, 화남 지역까지 진출해 2015년 500개 매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국 진출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받는 내수 기업들은 파리바게뜨 이외에도 CJ오쇼핑, 아모레퍼시픽, 락앤락, 이랜드 등이 있다. 처음부터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실패를 경험 삼아 다시 도전하는 기업들도 있다. 홈쇼핑업체인 GS숍은 과거 중국에 진출했을 때 정부 규제가 변해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 했으나 올해 다시 차이나홈쇼핑그룹의 지분을 인수하며 중국에 다시 진출했다.
30일 톈진에 2호점을 낸 롯데백화점도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점을 철수시키는 아픔을 겪었다. 2008년 베이징에 중국 회사와 합작으로 문을 열었는데, 현지 회사와의 협의에 어려움을 겪어 적자를 거듭했던 것. 하지만 지난해 톈진에 독자적으로 문을 연 1호점이 비교적 좋은 성과를 보이자 신 상권인 문화중심단지에 2호점을 내면서 다시 중국진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엄정명 수석연구원은 “내수 포화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은데,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보다 실패한 기업이 훨씬 많다”면서 “충분한 비용을 들여 사전조사를 하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세워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 진출 8년 전인 1996년부터 철저한 사전조사를 실시했다.
롯데백화점도 베이징 진출 실패를 바탕으로 체득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적용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마리스프롤그를 유치하고 2층에 귀금속 코너를 배치하는 등 중국인의 기호에 맞춰 매장을 구성했고,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숍을 입점시켰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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