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서 같은 수업 받을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이방인 취급을 받던 다문화가정 중도 입국 자녀들이 나란히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사단법인 함께하는다문화네트워크 산하 대안학교인 다문화국제학교의 김성(16ㆍ중국) 최모지(16ㆍ몽골)군과 이은미(16ㆍ일본) 김세라(17ㆍ몽골)양 등 4명은 6일 치러진 2012년 2차 고입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 내년에 일반고에 진학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1년~1년 6개월전 부모의 결혼으로 한창 현지에서 공부해야 할 학령기(19세미만)에 중도 입국했지만 한국말은 한 마디도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일반학교에서 '왕따'를 경험한 뒤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 온 경우도 있어서 고입검정고시 합격은 특별하다.
아직 어눌한 우리말로 30일 한국일보와 통화한 김군은 "국어와 사회 과목이 제일 어려웠다"며 "고교 입학까지 남은 6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군의 꿈은 음악 공부를 해서 가수가 되는 것이다. "TV에 나가서 인기를 끌면 우리 같은 다문화가정 친구들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이 학교 교사들은 이들이 어렵게 공부한 만큼 또래들에 비해 의젓하다고평가한다. 학교 관계자는 "집에서 2시간씩 걸리는 학교를 매일 오가며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며 "처음엔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던 아이들이 자국 언어와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웬만한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됐다"고 대견해했다.
이런 결실 뒤에는 학교를 측면 지원한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이 컸다. 김 군은 "사회 같은 어려운 과목은 인근 고교의 형, 누나들의 과외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이 학교 근처에 있는 동남고는 다문화동아리 학생들이 '방과후 1대 1 매칭 멘토링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사회의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신상록 다문화국제학교 이사장은 "늘어나는 중도입국자녀를 한국 사회에 잘 적응시키는 것은 국가의 과제"라며 "이들을 이방인으로만 치부해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짐이 되지만, 관심을 갖고 끌어 안는다면 힘이 될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24세 이하의 중도입국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5,700여명에 이른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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